낙수 17화: 영국녹색당 / 1인1표과 정당민주주의 / ‘환빠’ 논쟁

🎙️[모임 낙수(落水)]는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온라인 대화모임입니다. 아래는 12월 15일(월) 진행한 모임의 기록이며, 편집자가 재구성한 것으로서 발언자의 취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영국녹색당 상승세와 잭 폴란스키>

보수당, 노동당 거대 양당의 몰락과 극우정당인 개혁당의 독주가 펼쳐지고 있는 영국 정치. 녹색당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지지도(투표 의향) 조사에서 16%를 기록(2025.12.8. Yougov)하며 보수, 노동당의 뒤를 바짝 쫓는 4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그리고, 지난 9월 당대표로 선출된 잭 폴란스키는 최근 한 조사에서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당 지도자로 뽑히기도 했습니다(2025.12.10-12. Opinium). 영국녹색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관련 리포트: 검증된 실용주의에서, 담대한 에코 포퓰리즘으로의 전환 / 녹색정치연구소

  • 폴란스키 이전 지도부(애드리안 램지, 칼라 데니어)의 전략은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선명성보다는 의도적 모호성을 적절히 활용하기도 하면서, 당대표였던 램지의 지역구가 보수세가 강한 지역임에도 당선되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급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당내 비판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마침 노동당이 우경화되던 상황까지 겹쳤고, 선명한 좌파 색채를 보여준 폴란스키가 당대표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 극우정당 개혁당의 급부상도 영향이 있다. 폴란스키는 개혁당 대표이자 극우 아이콘인 페라지 비판에 능하다.
    • 과거에도 영국녹색당 당원이 단기간에 늘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노동당이 우경화될 때 그 지지세를 끌어온 것으로 기억한다. 노동당의 포지션이 중요한 변수인 것 같다.
    • 맘다니와도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새로운 세력의 이미지를 선취하고, 모호성보다는 정확하고 빠르고 강한 대응을 통해 ‘우리는 대담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진보 정치인.
  • 소선거구제라는 선거제도 특징도 한국과 유사한데, 선거 전략 고민의 방향도 한국 녹색당과 비슷한 것 같다.
    • 한국 상황과는 조건 자체가 많이 다른 것 아닌가. 한국의 진보정당들이 선명성이나 급진성이 부족해서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 그 지적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애초에 영국녹색당은 원내정당이고 지방의회 의석을 상당수 갖고 있는 정당이다. 같이 언급되는 미국의 맘다니는 민주당 후보였다. 조건이 다르다. 다만, 내용적으로 급진적이라고 꼭 정치전략도 급진적이고 선명한 건 아니라고 본다. 한국 진보정당은 급진적인 담론과 정책을 정치적으로 풀어낼 정치인 정체성의 인사가 부족한 게 문제라고 본다.
    • 스웨덴 사민당의 경우도 돌아보면, 내용적인 부분을 채웠던 전략가들도 있었지만 ‘국민’이란 단어를 쓰는 등 대중전선을 위한 전략적 수용들도 있었다.
  • 임기가 1년으로 짧은 상황인데, 잭 폴란스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 소선거구제를 뚫어야 한다는 부담은 확실히 있을 것이다. 또, 당 내부에서도 무조건적으로 폴란스키를 지지하는 건 아니고, 좌파적 행보에 거리감을 느끼는 당원들도 있다.
    • 코빈과 술타나가 창당한 유어파티와 경쟁해야할 위치로 보인다.

<1인1표제와 당내 민주주의>

지난 12월 5일,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 당헌 개정안을 부결시켰습니다. 1인 1표제 도입은 정청래 대표가 당대표 선거 당시 당원주권정당을 만들겠다며 내세운 최우선 공약이었는데요. 민주당 내부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겠지만, <모임 낙수>에서는 정당 민주주의 차원에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관련 기사: ‘1인 1표 부결’ 정청래 리더십 타격…친이재명계 도전에 본격 직면하나 / 2025.12.5. / 경향신문
관련 기사: 민주당의 당원권 강화는 정말로 민주적일까 / 2024.6.25. / 시사인

  • 민주당 내부 인사들과 이야기 나눠보니, 1인 1표제 도입 반대 의견에는 김어준 방송 등 유명 유튜브 방송으로 인기를 얻는 게 당내활동보다 더 중요해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지점도 있었다.
    • 그 우려에 공감이 간다. 대의원 등 당직자 가중치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성이 보다 명확해지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지금 유튜브 발화 권력이 강한 상황에서 1인 1표제 도입은 그런 부분에서 좀 위험해 보인다.
    • 민주당 권리당원이 100만 명을 훌쩍 넘기는 상황에서 그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유튜브만 해도 김어준 방송 보는 사람이 있고 매불쇼 보는 사람이 있고 이동형TV 보는 사람이 있다. 또 그보다 덜 유명한 유튜브 채널도 채널마다 의견이 다 다르고, 커뮤니티들도 각각 분위기가 다르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어준의 영향력도 예전만큼 강하지 않은 것 같다.
  • 민주당이라는 초거대 정당 내의 논의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실제로 당심이 곧 민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민주당의 의사결정 방식 결정이 당선권 후보가 누가 되는냐 등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100만 명을 훌쩍 넘는 이 정도 규모에서는 당원 민주주의라는 게 완벽하게 실현 될 수 없다고 본다. 1개 광역지자체 인구 규모다. 작은 정당도 당원 민주주의 구현이 쉽지 않다. 민주당 내부 인사와 이야기해보면 지역 단위에서는 ‘동원’되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정당의 직접민주주의나 풀뿌리민주주의가 다소 허상일 수 있겠다.
    • 민주당은 하나의 정당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정치 공간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겠단 생각을 요즘 한다. 5,000만 명 사는 나라에서 한 정당 당원이 500만명이라는 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당 모델이 아니다. 그렇게 봤을 때, 민주당 내부의 의사결정 방식 변화가 민주당과 아무 관계 없는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조금 무섭다. 특히 그게 특정 유튜브 채널의 주도로 좌우된다면 더욱 그렇다.
    • 그런 관점에서 민주당을 하나의 이해관계를 가진 하나의 정당으로 호명하는, 가령 신자유주의 정당으로만 정의하는 걸 넘어서 그 내부에서 경합이 이뤄지는 거대한 정치 공간으로 볼 필요도 있겠다. 그러면 사안별로 민주당과의 관계 문제 설정을 좀 더 다르게 사고할 수 있다.
    • 정세분석 차원에서는 민주당을 그렇게 다층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전략 차원에서는 의도적으로 특정 이미지로 라벨링할 수도 있다.
  • 1인 1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건 문제가 있다. 사회에서의 투표는 1인 1표가 당연한데 당내에서는 이렇게 부결되기도 한다.
    • 실제로 1인 1표가 선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의원들의 대표인 원내대표 선출에까지 당원 표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진보정당에서도 1인 1표가 무조건 선이라는 인식이 꽤 강하게 존재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환빠’ 발언>

지난 12일,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의 문답 과정에서 ‘환빠’, ‘환단고기’를 언급해서 논쟁이 뜨겁습니다. 대통령이 유사역사학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대통령실은 환단고기 주장에 동의한단 의미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닌가요?” 대통령의 너무나도 잘못된 질문 / 2025.12.14. / 슬로우뉴스
관련 기사: 환단고기가 또!? 정치 공간에 나타난 유사역사학 / 2025.12.15. / 대안정치공간 모색

  •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비판하기 위한 맥락이었나?
    • 이사장이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다보니 그런 취지가 있었다고 본다.
    • 뉴라이트랑 싸우려고 환단고기를 가져오면 어떡하나 싶다.
  • 실제로 이덕일씨라든가 그런 계통의 인사들과 엮이는 정치인들도 있고, 환단고기를 내세우는 증산도 같은 곳이 소규모 조직도 아니다보니 국회에서 세미나도 하고 하더라. 꼭 민주당만 있는 것도 아니더라.
  •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강력한 민족주의를 목적으로 하는 유사역사학이 정치 공간에 쉽게 들어온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 환단고기까진 아니더라도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역사관을 가진 분들이 정치권이나 지지자 중에 많은 것 같다. 극단적인 그룹과 강력한 민족주의 역사관은 서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진보정치나 생태운동을 접하다보면 유사역사학 혹은 각종 유사 이론들을 접하기도 한다.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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