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라이더를 노동자라 불렀다

법원은 라이더를 노동자라 불렀다

서울고법이 배달 플랫폼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이 배달 플랫폼 운영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및 임금청구소송에서 법원은, 해당 라이더가 앱에 접속해 일하는 동안 보수를 목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봤다.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건별로 보수를 받고, 전통적인 형태의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 바깥에 둘 수 없다는 판단이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플랫폼 노동의 권리 보장을 넓힐 계기로 봤다. 공공운수노조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매번 소송으로 노동자성을 입증하지 않도록 ‘노동자 추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최근 무산시킨 도급제 노동자의 건당 최저임금 적용 논의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부결된 바 있다.

편집자 코멘트

인터넷 강국, AI강국을 표방해 온 한국인데 유독 플랫폼·알고리즘 노동에 대한 제도적 논의는 더디기만 하다. EU는 이미 2024년 플랫폼노동 지침을 채택해 플랫폼 노동자를 무조건 ‘개인사업자’로만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플랫폼 기업에는 알고리즘 관리와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투명성 의무를 지게 했다. 이 역시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전면적으로 보장한 완성형 제도는 아니었지만 당시로서는 한 걸음 나가는 계기가 되었고 국제적 관심도 높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플랫폼의 실질적 업무 지시를 받는 배달노동자와 데이터 라벨러 등 직접적인 영역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작되고, 나아가 일반 사업장의 알고리즘 감시, 업무 배정, 인사관리 등에 관한 논의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AI 투자와 플랫폼 혁신이 사회적 화두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 노동을 배정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규칙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교사 10명 중 9명이 마주친 교실의 혐오

  • 전교조가 지난 2~6일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9.3%가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발언·과제물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접했다고 답했다. 중학교 교사의 경험률이 초등학교, 고등학교보다 높았다. 가장 자주 목격한 유형은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표현'(88.9%)였고,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86.8%)도 유사한 수준이었다. 교내 혐오·조롱 대응 과정에서 교사 보호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한편, 학교를 넘어 정치권과 정치 유튜브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혐오와 조롱이 일상화되었고, 그것이 교내 혐오 문화의 연료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교내 혐오·조롱 문화가 ‘자연발생’하는 것이 아닐테니 말이다.

주4.5일제 시범사업 중인 한국, 해외 실험은 어땠을까

  • 영국·아이슬란드·프랑스 등의 주4일제 실험을 비교하며, 노동시간 단축의 성패가 단순히 쉬는 날을 늘리는 데 있지 않았다고 짚는 보도가 있었다. 임금은 유지하되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한 영국의 4 Day Week Global 실험에서는 92%의 기업이 주4일제를 계속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기사에서 소개한 프랑스 사례처럼 노동시간 단축이 업무 재설계와 충분히 결합되지 않을 경우 비용 부담과 제도 정착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 한국은 OECD 국가 중 6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다. 주4일제 혹은 주4.5일제 정책이 일부 기업의 복지 실험에 머물지 않도록 노동시간 단축, 일하는 방식의 재설계, 임금 보전, 인력 충원, 공공부문 실험, 중소기업 지원을 함께 묶어 논의해야 한다. 포괄임금제·야간노동·장시간 노동 관행도 정리 대상이다.
  • 한편, 한국은 경기도 주4.5일제 시범사업이 1년을 맞았고, 올해 정부 예산에도 4.5일제 시범사업 추진 예산이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빅테크, AI 투자는 늘리고 사람은 줄이고

  •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 직원의 약 2.1%인 4,800명을 감원하고, Xbox 게임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로이터는 이번 감원을 두고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로 투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어지는 감원 흐름의 하나로 짚었다. MS는 해고된 직무가 AI로 직접 대체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테크크런치는 Layoffs.fyi 집계를 인용해 올해 기술업계에서 약 12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면서 실업을 유발하리라는 공포에 앞서, 기업이 AI 부문 투자를 위해 자본을 재배치하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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