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낙수 16화: 새벽배송 / 맘다니와 진보정치

🎙️[모임 낙수(落水)]는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온라인 대화모임입니다.
아래는 11월 16일(일) 진행한 모임의 기록이며, 편집자가 재구성한 것으로서 발언자의 취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새벽배송 금지 찬반 논란>

지난 10월 말, 사회적 대화기구 논의에서 0시~5시 배송 제한 의견이 제시된 이후 쿠팡 새벽배송 금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혜영 전 의원 – 한동훈 전 대표 간 토론부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상의 논쟁까지. 낙수에서도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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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모론부터 반대편을 ‘긁기’ 위한 레토릭까지 새벽배송 토론의 진전에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붙어있다. 유명한 스피커들도 그런 방식의 토론을 만드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토론의 주요 행위자 중 한 명인 천현우씨가 조선일보에 기고하는 것도 토론 주제로 올라왔다.
    • 토론의 성숙에 도움이 안되는 것이 너무 많이 붙어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조선일보 관련 논쟁은 그 자체로는 해봄직 한, 필요한 토론이란 생각이다.
    • 조선일보에 대한 인식 정도도 다소 세대 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 언어가 과잉되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페이스북의 언어 과잉 뿐 아니라, 언론 보도에도 새벽배송 이용자수를 ‘2000만 명’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마치 인구의 ⅓ 이상이 새벽배송을 애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얼마나 쓰는지 등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 논쟁을 접하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새벽배송 정도의 편리함은 원하지 않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걸 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배송속도가 놀라울 정도다. 한 두 번 사용하다 보면 돌이키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대학가에선 AI를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 논란이 있다. 대학에서는 AI를 못쓰게 할 순 없으니, AI를 쓰지 않는 학습의 감각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법을 고민하신다 들었다. 새벽배송 경험에서도 그런, 새벽배송을 쓰지 않던 감각의 복원이라는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 예전에도 새벽 노동은 있었다. 편의점이나 물류센터 등 새벽배송 없을 때도 새벽에 일을 했다. 그런데 이게 최근 문제가 되는 포인트 중 하나는, 이제 알바를 구하려고 할 때 쿠팡이랑 대리운전 두 개 밖에 안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야간에는 그렇다.
    • 소득 때문이든 무슨 이유든 밤에 일해야만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찬반의 대상이 아니라 전제해야 할 현상이다. 더불어 지금 이 노동으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단 것도 찬반의 대상이 아닌 전제해야 할 사실이다. 그래서, 새벽배송 하자, 말자가 아니라 물량을 어떻게 조절할지, 오후 4시 퇴근해서 새벽배송 안써도 되는 사회 어떻게 만들지, 소득 부족 문제 어떻게 해결할지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도 필요하다. 지금 논쟁에 비해 ‘노잼’일지 몰라도.
    • 근본적 문제를 정면돌파하는 목소리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최근에 민주노총이나 정의당 등에서 그런 자리를 만들었는데 언론 반향이 크지 않았다.

<조란 맘다니와 한국의 진보정치>

지난 11월 6일,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가 당선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도 다양한 인사들이 찬사를 보내는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맘다니의 당선에 한국 진보정당들은 성찰해야한다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는 동의와 비판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맘다니 당선과 한국 진보정치, 낙수 멤버들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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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길 전 대표 글에서 맘다니 공약과 민주노동당 공약을 다룬 부분은 내용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 진보정당의 성찰을 촉구하는 대목에서, 나는 민주노동당 세대가 아니라 분노 수준이 높지 않지만, 진보정당 쇠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의 발언으로서는 비판 받을 수 있다고 본다.
  • 비판 의견 중 맘다니가 DSA 회원이지만 정의당, 녹색당 같은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는 걸 짚어주는 의견도 있다.
    • 만약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진보적인 정치인이 한국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는데, 진보진영의 주요 의제 중 덜 진보적인, 민주당 당론을 따르는 의견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
    • DSA도 오카시오의 팔레스타인 이슈 관련 유보적 태도를 비판한 적이 있다. 민주당 후보건, 정체성이건 무관하게 비판할 거리가 있으면 비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아무튼 한국 민주당과 미국 민주당은 또 아주 다른 정치세력이다. 정치 구도도 다른 문제도 있다.
  •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민주당을 경유하는 전략과 민주당 바깥의 블록을 세우는 전략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데, 한국 민주당 안에서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건 완전 실패한 것 같고 바깥에 블록을 세우는 것도 지금으로선 성공이라고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 곧 선거인데, 맘다니 사례만 가져와서 민주당과 무언가를 도모해야 한다는 식으로 논리를 도약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 외부 블록을 세우는 것 관련하여, 오히려 지금 주목해야할 건 맘다니 승리보다 영국 정치상황이다. 거대양당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물론 극우정당이 그 빈자리를 가장 먼저 채워가고 있지만, 거대양당의 붕괴가 주는 시사점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것 아닐까.
    • 영국 상황에서 흥미로운 건, 양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왼쪽 영역의 사람들이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녹색당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의아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 조사의 특이현상일 수 있으니 계속 지켜봐야 한다.
  • 맘다니 사례에서는, 확실한 ‘선’을 긋는 것에는 결국 계급적인 문제가 크다는 생각을 했다. 맘다니의 경우 정체성 관련한 부분도 중요했지만, 사회주의자임을 드러내고 부동산 계급에서의 선긋기를 계속했다. 한국에서 우리도 부동산, 부동산 세제 이야기를 했지만 잘 되질 않았고, 또 다른 큰 문제인 개발사업 관련해서도 최근 논쟁을 보면 ‘종묘를 가리냐 안 가리냐’ 같은 문제로 환원되고 있더라. 그런 걸 보면 계급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시도가 좀 오래된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앞서 쿠팡 이슈도 계급 문제일 수 있는데 계급 문제가 아닌 것처럼 다뤄지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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