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 24화: 부동산 대토론회 후기 그리고 정치와 산업 전략

🎙️[모임 낙수(落水)]는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온라인 대화모임입니다. 아래는 7월 27일(월) 에 진행한 모임의 기록을 편집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실제 발언자의 취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23일,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대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초고가·비거주 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되,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은 늘리지 않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부동산 대토론회에 대한 후기 나눔으로 시작해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부동산 대토론회 —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 토론회를 통해 드러난 정부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했다. 보유세를 강화하되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고,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부담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실거주 1주택자를 정책의 반대편으로 밀어내지 않으려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다.
  • 그러나 세 시간 동안 진행된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세입자와 주거권, 공공임대주택 같은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주거복지는 별도의 정책 영역으로 잘라내는 듯한 인상이었다. 부동산 정책을 자산과 세금의 문제로만 다룬 인상이 강하다.
  • 보유세 강화 기조에는 당연히 동의하지만, 세제 하나에 너무 많은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보유세를 올리면 집값이 안정되고, 조세정의가 실현되고, 매물이 늘어나 공급 문제까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꺼번에 투영되고 있다. 하지만 매물이 나오더라도 대출 규제와 자산 격차 때문에 현금 부자에게 돌아갈 수 있고, 거래를 늘리려면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금융정책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세제와 금융, 공급, 주거복지를 하나의 정책 묶음으로 다루지 않으면 각각의 정책이 충돌할 수 있다.
  • 사람들이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이유부터 구체적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싶은 욕구, 노후 안정 욕구,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욕구는 서로 다른 정책을 요구한다.
  • ‘부동산 대토론회’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울과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 관한 토론에 가까웠다. 한국 부동산 문제의 중심에 수도권 아파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전국의 주거 현실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비수도권에서는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주택을 구입하는 흐름이 크게 약해졌다. 집값이 물가상승률만큼 유지되거나 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이 많다.
  • 2000년대 초·중반에는 혁신도시와 신도시 개발이 지방의 주택가격 상승과 연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자산가격 상승 여지는 사실상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남아 있다.
  • 수도권의 상승세 역시 영구적이지 않다. 공사비 상승으로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인구와 수요 구조가 변하면서 수도권 아파트가 자산증식 수단으로 작동하는 범위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다만 현재는 주식시장 등에서 발생한 유동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유입되거나 신축 공급의 시차 문제로 상승 기대가 일시적, 국지적으로 살아나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엔진’ 이후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부동산 개발과 자산가격 상승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부동산이라는 엔진이 약해지고 있다면, 다음 경제전략은 무엇이어야 할지도 고민 대상이다. ‘엔진’이 필요한지, 엔진이 반드시 성장주의적 전략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진보정치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논의해봐야 한다.
  • 한국의 경제전략을 크게 나누면, 1980년대 이전에는 국가가 중화학공업과 제조업 거점을 조성하는 산업화 전략이 중심이었다. 이후에는 택지개발과 주택건설, 자산가격 상승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부동산 중심 전략이 오랫동안 작동했다. 민주당과 진보세력은 이 구조 자체를 바꾸기보다 그 위에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조세 장치를 추가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치 세력들도 주택의 소유와 개발 구조를 전환하기보다 세금을 공정하게 부과하는 문제에 상대적으로 집중했던 것 같다.
  •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통해 부동산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경기를 다시 살리는 데 집중했던 이전 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시도가 과거 제조업 중심 산업화처럼 공장이 들어선 지역에 대규모 고용과 근로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 국가경제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하나의 거대한 성장 엔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도 남는다. 현 정부 방향처럼 성장 엔진을 전제로 새로운 산업을 대규모 육성할 수도 있고, 순환경제나 지역 내 자원순환처럼 거대한 엔진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체제를 구상할 수도 있다. 다만 집권을 목표로 하는 진보정당이라면 국가와 지역의 생산, 고용, 소득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피할 수는 없다. 성장주의를 비판하는 것과 거시적인 경제전략을 갖지 않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부동산 정국에 정당이 없다

  • 대통령이 세 시간 동안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부동산 문제가 일주일 동안 주요 토론회가 연속으로 열리는는 동안, 정의당의 세제 개편안 자료를 제외하고는 진보정당에서 눈에 띄는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정부 토론회에서 주거권이 빠졌다는 비판 등이 있었지만 정당발 입장은 찾기 어렵다. 국민의힘 역시 정책 대안보다는 대통령과 토론회를 비아냥거리는 데 그쳤다.
  • 이재명 대통령은 정당이나 노동조합 같은 조직을 거쳐 의견을 조정하기보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대국민 토론과 직접 지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민주당과 야당, 진보정당은 주변으로 밀려난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이유일 것이고 정당들의 역량이 지극히 약화된 것도 원인일 수 있다.
  •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정당들이 무능력해질 때, 강한 행정권력과 추상적인 ‘국민’이 직접 마주하는 정치구조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독재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정당과 사회조직을 우회하는 국가주의적 정치로 기울 가능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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