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까지 커질 ‘미래’, 누가 정하나

100조원까지 커질 ‘미래’, 누가 정하나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모아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1일 미래대응기금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는 동시에, 세수가 많이 걷힐 때 돈을 쌓아두고 부족할 때 꺼내 쓰는 ‘재정 저수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정확한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첫해부터 100조원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핵심 재원은 최근 10년간의 세수 증가 추세를 넘어선 ‘추가세수’​다. 내국세가 이 추세를 웃돌면 초과분을 기금으로 옮기고, 반대로 추세에 못 미치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돈을 보내 재정 변동을 완충한다. 정부 예상보다 실제 세금이 더 걷힌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일부와 운용수익도 재원으로 활용한다. 쌓인 돈은 청년 일자리·주거, AI와 3대 메가프로젝트, SMR·우주항공·양자 등 7대 SEED 기술, 지역 성장과 농어촌 기본소득, 교육·인재 등에 투자한다. 남는 자금은 별도 운용체계를 두고 국채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식도 함께 개편해, 기존 산식과의 차액을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 계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한다.

편집자 코멘트

AI와 산업전환이 일자리와 소득, 지역경제에 가져올 변화에 대비하는 것 역시 ‘미래대응’의 중요한 몫이어야 한다. 기금이 개별 기업의 투자비용을 보조하는 데 머물기보다 사회의 공공성을 지탱할 기반을 만드는 데 쓰였으면 한다. 공공서비스의 상시 재정을 기금으로 대신하자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호황기에 생긴 추가 재원을 주거·돌봄·교육과 지역의 전환 기반처럼 오래 남는 사회적 자산에 투자해, 성장의 과실을 산업 밖으로 넓게 돌려놓자는 것이다.

누가 이 돈의 우선순위를 정할지도 중요하다. 100조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는 기금을 두고 벌써 국회의 예산 통제를 우회하는 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정부가 계획하고 국회가 사후 심사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정부뿐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 지역이 기금의 지출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미래대응기금을 단순한 재정 저수지가 아니라, 앞으로 더 커질 전환예산을 시민적으로 결정하는 첫 실험으로 삼는 것이다.


고시원 욕조 논란이 드러낸 ‘집 아닌 집’

  • 국토교통부가 고시원에서 책상 설치 의무를 없애고 욕조 설치를 허용하려던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 열흘 만에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고시원이 1인 가구의 실제 주거공간으로 쓰이는 현실을 반영하려 했지만, 이번 개정안은 ‘폐버스’ 주택 논란에 이어 청년주거 현실에 대한 기득권의 몰이해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 문제는 욕조 하나의 설치 여부보다 고시원이 사실상 집인데도 제대로 된 주거기준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2026홈리스주거팀은 적정 면적과 외창, 화장실·부엌 등 필수시설 기준을 강화하고,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기준을 중앙정부가 책임 있게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로 짓거나 변경하는 고시원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취약 고시원에도 기준이 적용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비적정 거처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길 수 있는 정책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 건강플랫폼에 민간기업이 들어온다면

  • 서울시가 가입자 290만 명을 넘긴 공공 건강관리 앱 ‘손목닥터9988’의 일부 공간과 관련 지식재산을 민간기업 등에 사용허가하고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민간 운동·식단·건강관리 서비스를 앱 안에서 제공하거나 이용자를 해당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근거다.
  • 조례안 자체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나 건강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290만 시민이 모인 공공플랫폼을 민간 서비스의 고객 접점으로 활용한다는 인식 자체에 대한 재고는 필요해 보인다. 또한 어떤 서비스를 허용하고 상업적 이용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향후 건강데이터 연계는 어떻게 차단할지에 대한 원칙도 함께 필요해 보인다. 개정안은 구체적인 사용허가 대상·범위·절차를 대부분 시장이 별도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김민석 지도부, 부동산 세제 강화에 신중론

  •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고위당정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와 세부담 상한 확대 등에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종부세에서는 1주택자의 거주·비거주를 구분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꾸는 방안에도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를 바꾸고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양도 단계 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새 민주당 지도부가 여기에 제동을 걸면서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당정 간 조정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보증보험 못 드는 사회주택에 과태료 논란

  • 서울 도봉구가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주택 협동조합에 1,9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법원이 이를 취소했다.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다른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현행 HUG·SGI 기준상 보증보험 가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 인정됐다.
  •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보증보험 의무는 필요하지만, 비영리·사회주택까지 일반 민간임대와 같은 기준으로 묶으면 오히려 공공적 주거모델의 존립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과태료 문제를 막았을 뿐, 사회주택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제도 자체는 그대로라 별도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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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숫자

33.5%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89~1998년생 ‘저성장세대’의 33.5%가 첫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시작했다. 고도성장세대(1962~1968년생)의 12.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율로, 젊은 세대일수록 노동시장 진입 단계부터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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