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재량사업비 추적기

월간홍시 2025년 6월호

🕵️‍♀️의원재량사업비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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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홍성군/의회 예산감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여러분 ‘의원재량사업비’라는 단어를 들어본적 있으신가요? 의원재량사업비란, 과거 지방의원들에게 지역구 민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나눠줬던 예산을 뜻합니다. 감사원에서는 2012년 폐지하라고 했고, 행정안전부도 2013년 지침을 통해 편성을 금지한 항목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의원재량사업비’라고 검색하면 어느 지방의회에 얼마씩 의원들이 쓸 수 있는 돈이라며 매년 끊이지 않고 비판적 기사가 나옵니다.

기사보기 | ‘그들만의 쌈짓돈’ 재량사업비..부여군의회 ‘폐지’ 공론화 불 붙나, 디트뉴스24

이번 월간홍시에서는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지역에 따라 지역현안건의 사업 등으로 달리 지칭되면서 편성되는 의원재량사업비 추적기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발단 : 구독자의 한마디

2024년 5월 월간홍시 구독자 분이 의견을 남기셨어어요!

“의원들은 예산편성권이 없고 원칙적으로는 예산을 삭감만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원칙적으로는’이라는 말은… 사실상 예산을 편성하기도 한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군의원들은 각각 2000만원씩인가 추경으로 예산을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것을 통해서 민원 처리를 한다고. 이게 사실상 무엇인지,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흥미로운 전개

그러던 어느날 당진시 의회 조상연 의원이 의원들의재량사업비 규모와 제출내용을 공개하자고 주장을 하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권한이 없는 예산이다 보니, 재량사업비라는 말조차 회의 중 쓰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재량사업비입니다. 그런데 이를 양성화하자는 지방의원 당사자의 주장은 향후 추적에 요긴한 근거 자료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기사보기 | 조상연 당진시의원 “의원재량사업비 규모·제출내용 공개하자”, 연합뉴스


곧 바로 찾아온 위기 : 항목이 없는 예산

희망과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홍성군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해당 정보는 부존재라는 답변이 왔어요. 꼭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의원재량사업비는 예산서에 없는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의원들이 예산 편성 시기에 자신들에게 배정된 예산 만큼 비합법이고 비공식이지만 관례대로 관련 부서에 사업을 제안해 집행부가 예산서 어느 항목에 편성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소규모 주민숙원 사업이라는 정책사업명으로 본청이나 읍면사무소에 편성됩니다. 일종의 청부 예산이랄까요? 예산서만 봤을 때는 어떤 사업이 의원재량사업비로 편성돤 예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여기서 잠깐! | 의원들이 집행부에 어떻게 사업 편성 의견을 전달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예산 편성 시기 대략 11월 전 의회 사무처가 취합해 각 부서로 전달하는지, 의원이 직접 담당 부서에 의견을 전달하는지, 공식적으로 공개된 문서가 없으니 알 수가 없습니다. 존재하되 존재할 수 없는 예산입니다.

홍성군 의원재량사업비는 없나?

홍성군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기사 검색을 해보면 심심치 않게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 보도에 따르면, 의원 1인당 2억원이 배정되었다고 합니다. 도의원은 6억원이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기사보기 | 주민숙원사업 허울 속 감춰진 의원재량사업비 “견제장치 필요하다”, 홍주포커스

물론 홍성군에는 의원재량사업비가 폐지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홍성군 의회 최선경 의원은 2015년 언론사 기고를 통해 “지역구마다 주민들의 숙원 사업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의원들이 나서다 보니 의원의 재량사업비인 것처럼 통용되고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읍면 단위에 주민숙원사업 명목으로 사업비가 배정되고, 이 과정에서 급한 민원 사업에 대해 시급히 해결되도록 의원들이 나서다 보니 생기는 착시라는 것입니다.

기사보기 | 의원재량사업비와 민원해결사, 홍주신문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하라는 홍성군

월간홍시는 홍성군의 의원재량사업비 부존재 처분에 불복해 충청남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월간홍시는 당진시가 공개한 지역현안 건의사업과 관련 언론 기사를 근거 자료로 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홍성군은 타지자체 사례에 불과해 홍성군 의원재량사업비가 존재한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홍성군과 관계된 언론보도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확실한 물증은 아닌 것 같아 다소 체념을 했는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홍성군 의회 회의록을 뒤져보기(검색) 시작했습니다.


🔍🤗 절정, 찾았다! 회의록

결국 찾았습니다. 바로 2024년 8월 27일(화) 제307회 홍성군의회 예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이 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정윤 의원이 건강관리과 이용숙 과장에게 자살중재훈련 및 자살예방교육 사업에 대해 질의하면서 해당 사업이 의원재량사업인지 확인하는 대화가 오갑니다.

🙋‍♀️ 여기서 잠깐! | 같은 회의에서 장재석 의원이 ‘볼링협회, 배구협회 훈련 지원’ 사업에 대해 교육체육과장에게 해당 사업이 의원사업비인지 여부를 질의하기도 합니다.

○이정윤 위원
다른 거 한번 여쭤볼게요.426쪽에 자살중재훈련 및 자살예방교육 신규 사업인가요, 이거?

○건강관리과장 이용숙
이번에 신규 사업으로 됐습니다.

○이정윤 위원
혹시 유관 기관 종사자가 포괄적으로 여러 기관에 있는 이 기관, 이 기관 있으면 그분들을 모셔서 교육을 하는 건가요, 아니면 특정 기관인가요?

○건강관리과장 이용숙
이거는 자살은 어느 누구든 있을 수 있는 거기 때문에요. 유관 기관에서 원하는 데가 있다면 훈련을 통해서 이게 보고, 듣기, 말하기라고 해서 자살에 어떤 위험을 빨리 발견하는 그런 교육인데요. 그게 어디 한 특정은 아니고 필요한 곳이라면 이 교육은 실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정윤 위원
이거 신규 사업인데 의원 재량인가요, 아니면 군비…

○건강관리과장 이용숙
의원 재량입니다.

○이정윤 위원
의원 재량인 거죠? 알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것 같은데 특정한 유관 기관이 어딜까 싶어 가지고.

위 회의록을 충청남도 행정심판의원회에 보충자료로 제출했으니,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공유드리겠습니다. 충남 행정심판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부디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길!


결말, 남아 았는 토론!

원칙적으로 집행부의 예산 편성을 심의해야 하는 지방의원이 자신들이 편성하는 예산은 제대로 심의하지 않는다면, 집행부에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앞서 이정윤 의원과 건강관리과장의 대화를 곱씹어보면, 질문을 하다 만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법에서 예산 편성권과 심의권을 분리한 이유는 집행부에 대한 제대로된 견제와 감시를 위함입니다. 그런데 관례화된 의원재량사업비는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원들이 재량사업비로 민원을 해소한다는 것은 주민 세금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혹여 의원재량사업비가 자신의 선거활동을 도운 사람을 위해 편성된다면, 이해충돌이자 곧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당진시가 공개한 재량사업비 내역을 보면, 의원들이 특정 지역(아마도 지역구겠죠?)에 대한 마을회관 수리, 배수로 정비 등에 대해 의원재량사업비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주민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민원이 해결되도록 일하는 것이 지방의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공식 회의를 통해 민원을 전달하고, 집행부를 견제 및 감시함으로써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정한 예산 편성권을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지역구 주민이나, 지인 등의 민원해결에 예산을 사용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가 됩니다. 의정활동과 부정청탁, 선거법 위반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편성된 사업 중 꼭 지역구 주민 민원성 사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홍성군 의회 회의록에서 보듯이 자살예방교육 사업은 필요한 사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해당 사업의 수탁기관이 사업을 제안한 의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혹여 문제가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할 사안입니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사업인데, 집행부에서는 주민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에겐 의원재량사업비가 문제를 해결하는 빠른 통로가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바람직한 방향은 배수로, 도로, 주민편의시설 정비는 읍면 사무소에 소규모 시설 정비 명목으로 일정하게 배분해 두고 읍면 주민이 직접 결정해서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외 정책사업은 자치단체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입니다. 누가 제안했는지, 왜 필요한지 공식적으로 기록으로 남겨두고, 실∙과 별 업무보고 때에 의회에 보고하고, 의원들은 공식 석상에서 예산 편성을 비판적으로 심의하고, 필요한 사업인데 빠져있다면 문제제기도 하는 공식절차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의정활동이 주민들의 감시를 받을 수 있고, 의원 본인이 다른 지역구에 편성된 예산도 제대로 심의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재량사업비를 읍면에 주민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배분하는 것은 어떨까요? 홍성군만 해도 1년에 의원 1인당 2억원이라고 한 만큼 예산이 적지 않습니다. 기초 인프라 정비비는 별도로 편성하고 2억원 만큼 읍면에 주민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의원재량사업비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아래 링크에 접속해 남겨주세요. 다음 월간홍시에서 구독자분들에게 공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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