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이 도시를 의심하라 – 『극단의 도시들 』

뉴욕은 400마일이 넘는 자전거 도로 생성 같은 최근의 시도는 물론 뉴욕 주민의 조밀한 주거 형태와 대중교통 이용을 근거로 전형적인 녹색도시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허리케인 샌디는 녹색의 대도시로서 뉴욕을 찬양하는 오만을 폭로하면서 뉴욕이 기후변화가 초래할 더 큰 위험에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 28쪽

자본주의 시장 제도의 혁신적인 능력이 우리에게 기후혼란을 헤쳐나갈 힘을 주면 좋겠지만 실제로 도시가 더 더워지는 미래에 번성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미 우리 주위에 쌓이고 있고 다가올 훨씬 더 큰 재난으로 덧씌워질 파국을 무시하는 것이다. – 381쪽

“선생님께서는 일상생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체감하고 계십니까?”

이 질문에 87%의 응답자가 “체감한다”고 답했습니다.1 이 여론조사가 작년 봄이었으니, 추석까지 고온이 계속되었던 지난해, 그리고 고온부터 극한호우까지 이미 많은 사람의 삶터와 목숨을 앗아간 올해의 여름을 지나고 나면 이젠 기후위기 인식을 따로 묻지 않아도 될 상황이 올 듯 합니다. 그만큼 기후위기는 모든 곳, 모든 분야에 상수가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이 일상적이고 지구적인 위기 속 도시를 이야기하는 애슐리 도슨의 『극단의 도시들: 도시, 기후위기를 초래하다』입니다2. 2012년 뉴욕 등 대도시가 즐비한 미 동부 지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샌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기후위기가 도시, 특히 해안 저지대 도시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그리고 도시가 어떻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의 불평등을 증폭시키는지 이야기합니다. 특히 끊임 없이 성장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자본주의 도시가 그 성장이 만들어낸 기후위기로 인해 되려 생존의 위협을 받는 모순적 상황에 집중합니다.

저자는 자본주의 도시의 성장 추구, 기후위기로 위험에 빠진 도시들을 짚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에 직면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그린워싱 이야기를 더합니다.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건 탄력성(Resilience) 개념인데요. 탄력성이란 건 본래 재난 이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회복 능력을 의미하고, 기후위기를 다룰 때 긍정적인 의미로 자주 소환되는 역량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기후위기에 직면한 도시에서 이 탄력성이란 개념이, 정작 위기를 야기한 기존의 권력, 자본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위기에 적응하도록 하는 장치로 역할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로 뉴욕의 Rebuild by Design 프로그램3을 들며, 해당 프로그램이 실제로는 상류층과 개발업자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상기 시켜주고 있죠. 

그렇다면 극단적 도시에 희망은 없을까요? 저자는 ‘재난 공동체주의’라는 개념을 들어 중앙집권적 통제가 아닌 주민들에 의한 자발적, 수평적 네트워크에 의한 위기대응 경험에서 가능성의 징후를 봤다고 말합니다. 재난 시 마비된 국가를 대신해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재난을 극복했던 여러 사례를 언급하면서 말이죠.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장기적으로 거주가 불가능한 지역에서의 철수를 이제는 진지하게 이야기해야한다는 과감한(?) 제안을 하는 한편, 기후위기에 대한 여타의 대안들과 유사한 정치사회적 재구성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가 없다는 점은 아쉽긴 하지만, 결국 그 공백은 사회운동과 연구자들, 위기에 살고 있는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긴 합니다.

도시는 종종 ‘배경’으로 이해되곤 합니다. 열섬효과나 도로 투수율 같은 지엽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가 벌어지는 배경 말이죠. 그래서 도시라는 하나의 장치가 갖는 본연의 작동원리와 문제점들은 은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는 배경이 아니라 자본주의 성장 논리가 사람과 자연을 어떻게 착취하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 만든 위기에 빠지는지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거대한 장치입니다. 이 책은 그런 감각의 날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자본주의 도시의 작동 원리, 해수면 상승과 같은 과학기술 논의, 대항 논리로서 반자본주의와 자조적 운동 등 한 권에 담아내기에 방대한 내용이다보니 읽는 이에 따라 아쉬운 챕터가 하나 둘 씩 있으리라 염려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도시에서 기후정의를 고민해보자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죠. 도시는 착취의 장소이자 위기의 원인이지만, 또 한편으론 반란과 반격의 장소이기도 하죠. 이 책에서 빈칸으로 남겨둔 아쉬운 부분을 채우는 논의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P.S.
책 내용과 별개로 한 가지 의문을 남겨봅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 6장은 ‘재난 공동체주의’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원서의 ‘disaster communism’을 옮긴 것인데요. 흔히 자유주의와 대척되는 개념으로 등장하는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가 아니라, 재난 공산주의(communism)로 번역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해당 챕터는 물론 중세 길드부터 이어지는 문자 그대로의 ‘공동체’와 상호부조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긴 하지만, ‘재난 공동체주의’는 자본주의의 대척점으로서의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어서 다소 의아한 번역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이론가인 조디 딘의 자본주의 비판 논지를 해당 챕터 서두에 옮긴 것을 보면 아마도 재난 공산주의가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재난 공동체주의 외에도 조디 딘의 논의를 다룰 때도 공산주의가 ‘공동체주의’란 용어로 번역된 동시에 전시 공산주의(war communism)는 그대로 ‘전시 공산주의’로 옮겨져 있기도 합니다. 다소 혼란의 여지가 있는데, 혹, 제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로 언제든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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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리서치에서 2024년 4월 18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
  2.  원제는 Extreme Cities: The Peril and Promise of Urban Life in the Age of Climate Change. 2016. Verso ↩︎
  3.  허리케인 샌디 이후 도시 인프라 개선 프로그램 ↩︎

소하
소하

정당, 도시정치, 도시정책에 관심을 두고 이런 저런 작업을 합니다.

기사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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