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나는 당으로 출근합니다

※ 새 연재 <나는 당으로 출근합니다>의 여는 글입니다. 본 연재는 추후 이어집니다(월 1~2회 게재 예정)

나는 당으로 출근합니다

“아…저는 당에서 일합니다.”
“신기하다. 당에선 무슨 일해요?”

스스로 직무 정체성을 부여해야 할 때, 나는 ‘실무자’라는 정체성을 좋아했다. 오전 회의를 준비하고, 당원 전화를 응대하고, 웹자보를 만들고, 지출 영수증을 붙이고, 집회 현장에 사람들을 모으고, 선관위 공문 마감 기한을 달력에 표시하고, 선거 공보 문장을 고치는 사람.

나는 내 당이든 남의 당이든 무관하게 ‘정당’의 필요를 강하게 긍정하는 사람이다. 그런 정당을 유지하는 일, 정당의 기획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바로 실무라고 여겼고, 내가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기를 늘 바랐다. 거창하게 의미 부여하자면 그게 내 운동이었다. 물론, 한편으로 정당은 생계를 위해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기도 했다.

정치에 대한 선 넘은 조롱과 극단적 숭배가 병존하는 시대. 유튜브를 보다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정당은 비생산적이고 비이성적인 활동의 근원지인 것 같고, 누군가에겐 이상 사회를 위한 권력투쟁의 장 같다. 둘 다 100%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당은 문서 작업과 현장 실무, 감정 노동과 체력으로 돌아가는 노동 현장이기도 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정치는 정치인의 말과 글로 쓰이지만 정당은 회의록과 엑셀 파일로 돌아간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푸념 대신 질문을 기록하기

그 ‘사이의 노동’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정치는 모두 기록된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물론이고, 정치판을 떠난 사람의 회고도 흔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정당을 직장으로 삼았던 실무자의 이야기는 잘 남지 않는다. 물론 정당마다 실무자의 역할과 직무 성격은 꽤 다르고, 같은 당에 있더라도 직무, 시기, 동료에 따라 일의 기억도 크게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블라인드에서 흔히 보는 직장썰이 됐든 더 나은 정당을 위한 고민이 됐든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을 되새겨보려 한다.

기억을 글로 써 공개하는 일이 자칫 변명처럼 읽힐까봐, 혹은 푸념과 남탓으로 이해될까봐 망설였다. 특히, 당을 떠난 사람이 과거를 꺼내는 상황은 주로 내부 사정을 흘리거나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적인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늘 사람과 자원이 부족했던 덕분에(?) 정책, 회계, 조직 등 온갖 실무 영역을 경험해볼 수 있었지만 그 일들을 마냥 ‘잘’ 했던 것도 아니기에 떳떳하게 회고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기록하려고 하는 건 당시의 나 자신에게, 그리고 정당이라는 구조에 시간이 지난 지금 묻고 싶은 질문들이다. 솔직히, 푸념이 되지 않게 경계하는 일은 이 연재가 끝나는 내내 계속될 미션인 건 사실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정당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어느새 당사에서 나온 지 1년도 더 넘었다. 정당을 나온 뒤 다음 직장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소위 ‘주홍글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정당이 내 운동에서 정말 중요하고, 좋아했던 공간이란 걸 그렇게 체감하고 있단 의미다. 나는 여전히 정당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당 실무를 좋아한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다. 선거사무소 임장, 선관위 직원과의 언쟁 등 선거 실무 기억부터 AI시대 정당 실무, 당원과의 관계처럼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까지. 푸념이 아니라 질문을 담은 글, 가볍게 읽히되 정당 노동을 가볍게 다루지 않는 글, 사적인 기록을 넘어 좋은 정당에 대해서 아주 잠깐이나마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앞으로 두서 없이 이어질 글에서 글을 쓰는 나에게도, 읽는 여러분에게도 의미 있는 고민이 쌓이길 기대해본다.

소하
소하

정당, 도시정치, 도시정책에 관심을 두고 이런 저런 작업을 합니다.

기사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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