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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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A.I>(2001) 포스터

지난주, 뜬금 없이 게임 하나를 모색 자유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지방선거 후보로 선거를 경험하는 웹게임이었는데요. 게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간단한 구성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플레이해주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혹시 바이브 코딩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인간은 ‘큰 그림’ 정도만 그리고 세밀한 코딩 작업은 AI가 담당하는 코딩 방법을 의미하는 신조어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지방선거 게임은 프로그래밍의 ‘ㅍ’자도 모르는 사람이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뭔가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서 시도해 본 실험이었어요. AI 슬롭1이라 불려도 할 말 없는 수준의 콘텐츠이긴 했지만 어쨌든 비전문가가 기획만 갖고 서도 뭔가를 만들 수 있단 것은 확인했답니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정말 놀랍죠. ‘지브리풍 이미지로 만들어줘’ 정도로 주목 받았던 AI가 이젠 놀이와 일상부터 노동, 나아가 전쟁까지, 인간 활동의 많은 장면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가상의 ‘팀원’들을 꾸리는 1인 기업이나 활동가들은 이미 여러분 주변에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발전 속도에 겁이 나기도 합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사회 규범의 형성 속도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고, 정치·사회운동의 작동 방식으로는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란 걸 새삼 느꼈기 때문입니다. AI가 인간노동을 대체할 것이란 경고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아직 그에 맞는 제도적, 문화적 규범 논의는 더디기만 한 것처럼요. 여기에, AI의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 소비, AI로 인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인간 관계 양상까지. 무엇 하나 가벼이 넘길 수 없지만 무엇 하나 제때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을 민주주의 강화나 다양한 운동을 위해 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숙의 플랫폼인 폴리스(Polis)는 새 버전을 내놓으면서 AI 기술을 통해 숙의 내용 요약이나 주제 분류, 자동화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수 많은 인공위성과 센서들로부터 받은 정보를 AI 기술로 분석해 탄소 배출이나 해양 오염을 지도에 표현하는 클라이밋 트레이스(Climate Trace)도 주목 받았던 사례입니다.

하지만 AI 기술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 즉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고 중대한 의사결정에서 인간을 배제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부정적인 분들도 많을 듯 합니다. 저 또한 공감하고, 우리가 늘 견지해야 할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일상 곳곳에 파고든 기술 그 자체를 다시 땅 속으로 묻어버리자는 주장을 펼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런 시대에 사회운동은 무엇을 해야할까요? 새로운 시대의 윤리를 만들어내고, 인간의 영역인 ‘결정하는 일’의 민주성을 강화하는 일. 참 명확하면서도 어려운 과제가 남은 것 같습니다. 모색은 초소형(!) 단체이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이런 과제도 계속 고민해나갈 예정입니다.

‘딸깍’의 시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해야할 과제와 고민을 품고 있으시다면 모색에도 공유해주세요.


  1. AI 슬롭: 인공지능 기술로 양산되는 저품질 컨텐츠를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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