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핑계로 광장 이야기하기: 열린, 비어있는, 방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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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 UnsplashMartin Kempster

BTS의 광화문 광장 공연에 대한 반응이 여러모로 뜨겁습니다. 저는 음악도, 공연도 잘 모르는 처지라 이번 이슈에 말을 보태기보단, 그저 이번 이슈를 핑계 삼아 광장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BTS 공연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기대하고 계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시길!).

커다란 광장이나 차가 다니던 공간을 사람들이 가득 채우는 순간은 어떤 의미로든 감정을 끌어올리죠. 권력에 저항하는 집회와 권위주의 국가의 매스게임은 전혀 다른 장면이지만, 모두 광장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 이질적인 장면들은 ‘광장은 이래야 한다’는 정의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에게 광장은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질서와 단결의 공간이니까요.

저 역시 나름의 정의가 있습니다. 광장의 크기와 역사성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저에게 광장은 (사용 권한과 시야 모두) 열려 있고, (목적과 시설물 모두) 비워져 있으며, (자본의 생산과 국가의 관리로부터) 상대적으로 방치된 공간입니다. 즉,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서로를 볼 수 있으며, 특정 목적에 종속되지 않고, 무엇이든 벌어질 수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 안에서 자본과 국가 권력의 중력이 가장 약해지는 공간이 바로 광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의 광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광장을 ‘재구조화’한다며 평평했던 공간에 지하를 파 높이 차를 만들고, 거대한 조형물을 세우고, 동선을 제한하는 시설물을 들이는 일은 흔해졌습니다. 앉을 곳이 부족한 도시에 벤치와 시설물들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필요를 공원 등 다른 공공장소가 아닌 광장이 온전히 떠안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원래 어떤 도시든 커피를 구매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그런 공간들을 소비의 공간으로 내준 결과를, 소수의 거대한 광장 속 벤치 몇 개로 메우는 게 좋은 일은 아니겠죠.

여기에 더해, 광장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이슈인 ‘안전’이 등장합니다. 이번 BTS 공연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테러와 사고 사례가 늘어나면서 안전을 명분으로 하는 국가의 관리는 점점 강화되었고, 그런 관리는 대체로 수용됩니다. 누구나 사고를 대비하자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광장을 지나치게 ‘관리’할 때, 자유과 해방 공간으로서의 광장의 의미를 희석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특히 이번 공연 전후로는, 자유와 해방이라는 거창한 감각까지 안 가더라도 시민의 일상 그 자체를 제약하는, 수용 가능선을 넘은 관리가 이뤄졌죠. 그리고 여느 대형 행사 때처럼 노숙인들을 이동시키는 등 배제의 힘도 여전했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십수만 인파가 몰리는 집회를 꽤 자주 경험하는 한국 사회라면 시민의 ‘온갖’ 행위를 관리하지 않으면서도 안전을 확보하는 적정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광장이 꼭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어야 하냐는 질문도 가능합니다. 광장을 어떤 공간으로 정의할 지는 사람마다, 사회마다 다를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이 늘 소비자로, 혹은 준비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관객으로만 호명되는 오늘날의 도시에서, 열려 있고, 비어있으며, 방치되어 있기에 시민들이 권리의 주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획자로 설 수 있는 광장이라는 공간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주거, 상업, 공업, 녹지. 도시공간을 나누는 익숙한 분류 위에서도 광장은 유독 유동적이고 예외적이며 정치적인 공간입니다. 여러분은 이 예외적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어떤 공간이길 바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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