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낙수(落水)]는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온라인 대화모임입니다. 아래는 3월 31일(화) 진행한 모임의 기록이며, 편집자가 재구성한 것으로서 발언자의 취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대구 정치지형 변화 오나?
총체적 난국에 빠진 국민의힘,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지금, 이른바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결국 대구는 국민의힘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한편, 한겨레21에서는 대구의 정치지형 전반을 다룬 기획기사를 다루는 등, 늘 접전과는 거리가 멀던 대구가 이번 선거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낙수에서는 대구 선거 상황에 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관련기사: “선거로 대구 정체 안 바뀐다” 청년은 체념… ‘고인’ 대구 / 한겨레21 / 2026.03.20
관련기사: 김부겸, 12년만의 출사표…대구, ‘김부겸이냐 국민의힘이냐’ 진검승부 / 경향신문 / 2026.03.30
- 대구·경북에서는 일반적인 진영 구도보다도 “중앙정부와 연결돼 예산과 자원을 가져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측면이 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실용·보수적 행보가 대구 시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 김부겸이 당선될 경우, 민주당 성향의 중도·실용 보수와 비국힘 성향 보수층이 결합하는 새로운 블록도 형성될 수 있겠다. 이는 국민의힘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민주당 정부를 더 중도·보수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 김부겸의 2·28기념공원 연설은, 그가 연설과 이미지 관리, 포섭력 면에서 ‘훈련된 주류정당 정치인’이란 걸 새삼 느끼게 해줬다. 대구의 경제 침체와 중앙정부 재정 연결 욕구를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반면, 대구에서는 국민의힘을 욕하면서도 결국 투표장에서는 다시 국민의힘을 찍는 관성이 매우 강하다는 인식도 있다. 불만과 실제 투표행태가 다를 수 있고 그런 경우가 더러 있었다.
-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만드는 균열이 반가울 수 있지만, 실제로 그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고민이다. 특히 대구에서 정의당이 후보를 내는데, 민주당 돌풍 속 진보정당의 독자적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다.
- 선거에서는 조직된 시민사회보다 뉴스를 보고 즉각 반응하는 일반 유권자 비중이 훨씬 크므로, 결국 ‘민주당 바람’ 같은 큰 흐름에 얼마나 휩쓸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대구경북 지역에서 진보정당이 민주당을 너무 강하게 비판하기 어려운 딜레마도 있다.
유시민의 ‘ABC론’과 정치
뜬금 없이 ABC가 정치 한 복판에 등장했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한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재의 여권과 대통령 지지층을 A, B, C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A는 가치에 기반하는 사람, B는 이익에 중점을 두는 사람, C는 교집합(가치를 지향하면서 현실적 부분을 고려). 이른바 ‘뉴이재명’, ‘올드 민주당’ 등 민주당 안팍을 둘러싼 각종 ‘분류’가 횡행하는 요즘의 정치에 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관련기사: 문제는 ‘ABC’가 아니다…유시민 작가가 놓친 정치의 본령 / 오마이뉴스 / 2026.03.25
- 유시민의 ABC 구도는 완전히 새로운 분석이라기보다, 원래 있던 민주당 내 갈등 구도에 이름을 붙여 다시 강하게 프레이밍한 것에 가깝다. 기존에는 올드한 분석으로 취급되던 이야기가 유시민의 언어를 통해 파급력을 얻었다. 유시민은 사회과학 개념을 끌어와 대중 선동과 프레이밍에 매우 능숙하게 활용하는 인물이다.
- 유시민은 “나는 권력이 아니라 영향력만 있다”는 식으로 본인의 권력, 권위를 축소시키곤 하는데, 이런 논리는 궤변에 가깝다. 실제로는 거대한 담론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이 필요한 순간엔 자신을 단지 작가나 시민으로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이 점에서 유시민과 김어준은 유사하다. 둘 다 실제 영향력은 매우 큰데, 책임을 물을 때는 각각 ‘권력이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간다.
- 다만 문제를 단순히 “나쁜 영향력”으로만 볼 수는 없고, 왜 이들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게 작동하는지 자체를 분석해야 한다. 민주당 내부를 넘어 한국 정치담론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 ABC 구도에서 특히 문제적인 것은 A를 ‘가치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다른 집단은 ‘이익’이나 덜 정당한 집단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라서 문제적이다. 실제로는 유시민이 지칭한 A그룹도 결국 386 등 특정한 공동경험과 이해를 공유한 이익집단에 가까운데, 자신들만 가치집단으로 호명한다.
- 이재명을 C에 배치한 것도 완전히 적대하지는 않으면서 구도를 관리하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읽힌다. 즉, 내부 적대와 외부 확장을 동시에 노리는 정교한 배치다.
- 더 큰 우려는 A 진영이 스스로들을 ‘가치 지향적 집단’이라고 확신하는, 그런 자기확신이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개혁 의제를 자기 것처럼 전유하는데, 그 추진 방식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 진보진영이 동의할 만한 의제조차 그런 방식이라면, 의제를 떠나 그런 정치 방법 자체를 반대해야 할 것 같다.
-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권세력의 강성 지지층이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세계적 현상과도 닿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