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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도로 인프라 확대 대신 자동차 통행량을 줄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죠. 이에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을 필두로 이른바 ‘페북 논객’들까지 나서 정원오 후보 발언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원오 후보 캠프에서는 유연근무나 원격근무 등을 통한 통행량 감축 노력이라는 발언 맥락을 ‘자동차 공급 축소’라고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여전히 이를 둘러싼 논쟁은 지속 중입니다.
지방선거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이나마 정책 토론이 벌어지니, 이걸 긍정적으로 읽어야 할까요? 그렇게 보기엔 공론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언젠가부터 정책 의제는 정리된 자료가 아니라 유튜브나 짧은 SNS 글을 통해 먼저 제기됩니다. 공론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 즉 첫 번째 반대 의견의 자리는 ‘말꼬리 잡기’가 차지하곤 합니다. 그렇게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나면, 공론장에는 진영 논리에 따른 일관성 없는 말, 때로는 저급하기까지 한 말들이 마치 그럴싸한 토론문인 양 숱하게 생산됩니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생각이 비슷한 게시물을 더 자주 접하게 되는, 즉 사용자 편향이 심각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지지 받고 퍼지면서 강화됩니다. 그러는 사이, 그나마 열린 작고 소중한 정책 토론 공간은 오염된 채 닫히고 맙니다.
너무 비관적인 시각인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정책 제시 채널을 정할 때 전략적인 판단 하에 소셜미디어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고, 여전히 페이스북에는 통찰력을 담은 좋은 글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정책 토론 과정을 보면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지우기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이번 ‘자동차 통행량’ 논쟁을 다시 보겠습니다. 반대 의견 스타트를 끊은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교통체증 해법으로 자동차 공급을 줄이자는 주장은 난생처음 보는 초식”이라고 대응했습니다. 정책의 맥락 대신 말꼬리를 잡고, 토론 테이블에 올라온 의제 자체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었죠. 이후 페북 논객들도 정책 토론보다는 ‘황당한 생각을 꺼낸 상대’에 대한 폄하에 열을 올립니다. 정원오 후보의 이력을 올리며 ‘사회생활’ 해보지도 않고 정치권에 기대 살아왔다며 비판하는 글도 목격했는데, 진영 논리에 정치 혐오 정서를 얹어 정책 테이블을 망가뜨리는 고난도의(?) 정치 언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정원오 후보 발언을 접하고,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과 근무 위치만 다룰 게 아니라 과감한 주차장 정책과 도심 통행료, 공공교통 강화까지 함께 내놔야 실효성 있는 정책 패키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토론은 이미 “‘자동차 공급 축소’냐, ‘자동차 통행량 축소’냐” 같은 말꼬리 잡기와 진영 논리로 왜곡된 것 같습니다. 어디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말입니다.
2020년, 프랑스 파리시장 재선에 도전하던 이달고 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지상 주차장의 거의 절반을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고, 그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주차장 축소, 혼잡통행료 등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는 정책들은 황당한 의제가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보편적 의제입니다. 하지만 망가져버린 정책 공론장에서는 정원오 후보 발언에 대한 찬성도, 반대도, 혹은 부족하니 더 강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파편화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책 토론을 망가뜨린 범인이 누구일까요? 한 가지를 꼽기 힘든 문제겠지만, 이번 문제만 놓고 보면 공론의 핵심 주체인 정치인들의 정치 방식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만약 첫 번째 반대 의견으로 “나는 저런 걸 본 적도 없다”가 아니라, 현재 대중교통의 승객 수용 능력, 유연근무 도입이 쉽지 않은 인구의 비중을 들고 나왔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는 사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광주 이전을 둘러싼 논쟁도 불이 붙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 해소는 자동차 중심 사회 탈피에 버금가는 ‘난제’입니다. 그 밖에도 AI, 에너지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난제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래서인지 망가진 정책 토론의 장을 회복해나가는 게 더욱 더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정치인이 지녀야 할 역량이자 사명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정원오 후보는 대중교통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후보도 아닌데 왜 유연근무, 원격근무에만 초점이 맞춰졌는지 모르겠네요.
수도권 집중문제는 논’쟁’이라기엔 너무 한쪽에서 찍어 누르는 구도인 것 같아요. 지방 좀 간다고 유배가는냥 호들갑 떠는 것도 웃기고요. 안동만 해도 뭐 육사가 온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온다, 의대가 온다 해놓고서는 실제로 뭐 하나라도 지어준 적 있나요? 개인적으로 현 대통령이 지방 통근버스 끊어버리고 정착 유도하는 취지도 참 마음에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