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라는 변명

정치적 수사학 #2. 조국이라는 변명
─ 조국. 2021.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한길사.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이자 현 조국혁신당 대표인 조국은 자녀 입시비리와 직권남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2021년 5월 『조국의 시간』을 펴냈다. 이 책은 출간 2주만에 2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는 2019년 8월 9일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이후 저자와 가족들을 향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규탄하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른바 ‘조국 수호’ 집회의 열기가 한몫했을 것이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조국의 영향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2024년 조국은 자신의 이름을 딴 조국혁신당을 창당한다.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와 같은 선명한 정권심판 슬로건을 내세우며 그 해 총선에서 12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알다시피 조국은 2024년 12월 자녀 입시 비리와 직권남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게 된다. 이때부터 ‘조국의 시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조국은 2025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며 비교적 빠르게 복권되었지만, 그가 사면되기도 전에 조국혁신당은 당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조국은 사면 이후에 자신이 옥중에 있었기에 책임질 수 없는 일이었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그러나 이름부터 조국혁신당인 당에서 일어난 일에 그가 책임이 없을 리는 만무했다. 이재명 정부 시기에는 검찰개혁안을 두고 정부와 대립하고 민주당과 졸속 합당 논란에 처하면서 민주당 지지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조국은 “지지율 1% 정당”과 “여전한 차기 대권 후보”라는 엇갈린 평가 속에 경기도 평택 을 지역 보궐선거에 출마를 한 상황이다.

확실히 지금은 조국의 시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조국의 시간이 다시 오게 될까? 모를 일이다. 정치인의 시간은 언제나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들을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다. 나는 조국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조국의 정치’가 한국사회에 어떤 물음을 남겼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 조국의 정치는 줄곧 조국(祖國)에 대한 사명에 헌신하는 ‘사명의 정치’였으며, 그 사명의 이름은 검찰개혁이었다. 그러나 이 사명의 정치는 거악의 척결이라는 사명 아래 온갖 차악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변명의 정치’이기도 했다. 즉, 조국의 시간은 사명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변명의 시간이기도 했다.

아픔의 시간

“2019년 8월 9일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후 저와 제 가족은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졌습니다.”(5)

『조국의 시간』은 위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이 진보 진영 내에서도 엇갈렸던 이유 중 하나는 조국과 그의 일가친척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악의적인 검찰의 기소와 수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절반 정도는 그러한 기소가 수사가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상세히 고발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와 저자의 가족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받은 아픔이 받아 마땅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7)이라는 저자의 말을 단순한 위선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작은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였다. 청문회 과정에서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아내인 정경심 교수가 가입한 사모펀드(비공개로 소수 투자자에게 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 투자 관련 의혹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대부분의 의혹은 저자가 자신의 기득권을 남용하여 위법과 편법을 저질러 왔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많은 의혹으로 얼룩진 청문회가 끝나고, 대통령의 결정이 남았다. 여론이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실제로 당시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에게 임명과 지명 철회라는 두 가지 초안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문재인은 직접 입장문을 발표하며 “인사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34)이며,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35)는 입장을 밝혔다.

저자는 “2019년 하반기에 벌어진 사태를 예상했다면 대통령께서는 절대 입각을 권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37)라고 힘주어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자진 사퇴했다면 국면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아래와 같다.

“나와 내 가족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검찰이 한번 뺀 칼을 도로 집어넣을 리는 없으므로, 장관 지명이 철회되었다면 어땠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타격하는 수사를 벌이지 않았을까? 윤 총장은 보수진영에서 대권을 꿈꾸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역할만 수행했을까? 보수야당과 언론은 순순히 검찰개혁에 동참했을까? 검찰은 검찰개혁법안 통과를 입법자의 몫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였을까?”(38)

저자는 여기에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38)는 말을 덧붙인다.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진 않지만 저자는 명확히 가정하고 있다. 자신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에 맞서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의혹과 임명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라는 사명은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했기에, 임명은 강행되어야 했다. 이것은 대통령의 뜻이기도 했다. 임명식 이후 저자가 대통령에게 전한 말은 저자가 어떤 각오로 법무부장관에 임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검찰의 수사와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더 거세질 것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오래 장관직에 있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리 후임자를 생각해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임하는 동안 최대한 속도를 내서 개혁조치를 하겠습니다”(36)

사과의 시간

그러나 법무부장관으로서 조국의 시간은 불과 36일만에 끝나고 만다. 이미 법무부장관 재임 시절부터 서초동을 중심으로 ‘조국 수호’ 집회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국정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으며, 배우자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장관이 어떠한 말을 하고 어떠한 일을 추진해도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직권남용과 관련된 의혹들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무부장관을 지속할 수는 없었다.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사직의 변으로는 36일만의 퇴임이라는 불명예를 덮을 수 없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은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실패’였다.

저자는 책의 2장 “나를 둘러싼 의혹들”에서 사모펀드부터 자녀 인턴, 체험활동 확인서 발급 등 8개의 의혹에 대한 상세한 해명을 제시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직권남용 혐의는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사모펀드와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증거은닉교사 혐의 등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리적인 판단에 해당한다. ‘조국 사태’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 중 대부분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으며, 정의롭다고 할 수 없는, 그렇기에 소위 진보적인 기득권층의 위선을 드러내는 관행들이었다. 법적인 판단과 별개로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저자는 지속적으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자 했다. 그 방식은 비교적 일관되고 명확했다. 개인의 도덕적 책임은 통감하지만,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첫 사과는 장관 후보 시절이었던 2019년 8월 25일에 이루어졌다. 대국민사과문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젊은 시절부터 정의와 인권에 대한 이상을 간직하며 학문과 사회활동을 펼쳐왔고, 민정수석으로서는 권력기관 개혁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 인생을 통째로 반성하며 준엄하게 되돌아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임을 겸허히 고백합니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합니다.”(195~196)

대국민사과에 이어 기자간담회 문답 시간에서는 다음과 같이 사과했다.

“아무리 당시에 적법이고 합법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었던 사람에 비하면 저희 아이는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 제도를 누릴 기회가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기회의 평등 문제 역시 아주 따끔한 비판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정치적 민주화와 진보 개혁을 외쳐 놓고 부의 불평등 해소에 앞장서지 못한 점, 합법이라고 해도 제 아이가 혜택을 입은 점을 반성합니다.”(197~198)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톤의 사과가 이어졌다. 그리고 저자는 한 가지 ‘소명’을 덧붙인다.

“그럼에도 제가 감당해야 할 소명이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권력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해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돌 하나를 놓겠다는 의지입니다. 저는 약속드린 대로 법무, 검찰의 개혁을 완결하는 것이 제가 받은 과분한 혜택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길이며 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199)

저자는 아버지이자 한 개인으로서, 비록 당시 존재하던 법과 제도를 따랐고, 적법이고 합법적인 방식이었지만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의혹들은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들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검찰, 언론, 야당이 합작한 ‘조국 죽이기’의 일환이며 검찰권력이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저자는 이에 대해 조금도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그가 법무부장관에서 물러난 뒤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이유 불문하고, 전직 민정수석이자 법무부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국정 운영에 부담을 초래한 점을 자성합니다. 그렇지만 저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사실과 법리에 따라 철저히 다투고자 합니다. 장관 재직 시 검찰수사에 대해 어떠한 개입도 어떠한 항변도 하지 않고 묵묵히 감수했지만, 이제는 한 명의 시민으로 자신을 방어할 것입니다.”(302)

2020년 1월 17일 서울동부지검 기소 후 발표한 입장문의 일부이다. 법무부장관 사퇴 이후 저자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가 법적이고 정치적인 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조국의 시간』 역시 그러한 투쟁의 일환으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투쟁은 유죄 판결을 받고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정치적 투쟁은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저자의 사과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의 공적 성격을 철저히 부인하거나 그것을 검찰개혁과의 관련성 속에서 한정 짓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입시 비리와 직권 남용 의혹 중 상당 부분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저자가 언급한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세상”과 관련된 공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그러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대신 한 개인의 도덕적인 일탈의 결과로 여겼다. 사안의 공적 성격은 오직 그것이 검찰의 권력 남용과 관련이 있으며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만 인정되었다. 저자는 도덕적으로는 사과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사과하지 않았다.

또한 저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이 당시 존재하던 법과 제도를 따른 것이었으며, 합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사회적 상식과 어긋난다는 점을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법적 문제가 아닌 도덕적인 문제임을 명확히 했다. 비록 그 행동 중 일부가 나중에 재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지만 말이다. 저자는 직권남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권력형 비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으나, 위법은 아니었다는 이러한 해명은 이후 조국을 비판하는 진보진영의 인사들을 ‘도덕주의’로 비판하게 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사과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변명의 시간

저자는 ‘조국 사태’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모든 구조적 문제들을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연결시킨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과 자신에게 제기되는 모든 의혹은 부수적이거나 일시적인 문제로 여겨졌다. 그런 점에서 사과의 시간은 변명의 시간이기도 했다. 소위 ‘살권수’ 프레임에 대한 저자의 변명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 살권수란 저자에 대한 수사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입장을 말한다. 저자는 검찰의 표적수사 대상이 되면서부터 자신은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살아 있는 권력은 다름 아닌 검찰이며, “윤석열 총장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수구보수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권후보였다”(312)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살권수’가 검찰개혁을 무산시키려는 동기와 목적이 있었으며, 검찰이 당시 문재인 정부를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라 ‘곧 죽을 권력’ 또는 ‘죽어야 할 권력’으로 판단했다고 본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검찰이 한국 사회의 살아 있는 권력이라는 점은 의심할 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주장하기 위해 자신과 문재인 정권이 검찰에 비하면 곧 죽을 권력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다. 대통령 탄핵과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이양해 준 권력이 고작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에게 휘둘릴 정도로 미약한 것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조국 사태로 드러난 의혹들은 모두 조국 자신,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는 엘리트 기득권 집단들이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누려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자신이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라는 것은 겸손이나 무지의 소치라기 보다는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장치일 뿐이다.

자신의 ‘위선’에 대한 대응에서도 비슷한 변명이 드러난다. 저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강남 좌파와 진보’의 상징 인물처럼 인식되었으며 수구보수진영은 자신의 ‘좌파, 진보성’을 공격했고, 좌파 진보진영은 자신의 ‘강남성’을 비판해 왔으며, 이것들이 합쳐서 위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작가 김내훈, 사회학자 조형근,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글을 인용하면서 ‘위선’과 ‘악덕’을 비교한다. 요지는 사람들은 뻔뻔한 악덕보다 위선을 더 미워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위선적인 행동에 상처 받은 이들에 사과하면서도 ‘솔직한 악덕’과는 싸울 것이며, ‘위선자 만들기’의 의도와 속셈도 드러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저자가 인용한 세 가지 글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쓰여졌다. 김내훈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내로남불, 공정성, 위선 같은 말들이 ‘밈’이 되었으며 이들이 위선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조형근은 위선이 역설적으로 선을 닮고 싶은 우리의 본성을 보여준다는 점을, 신형철은 한국의 현대사에서 부와 권력을 누려온 지배 세력들과 보수 세력들이 ‘위선자 만들기’를 통해 도덕성 훼손을 시도해 왔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를 재맥락화하면서 ‘위선자 만들기’의 결과인 ‘나의 위선’과 대놓고 나쁜 짓을 하는 ‘검찰의 악덕’이라는 구도를 만들어낸다. 위선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뻔뻔하게 악덕을 저지르는 이들이다.

이 외에도 『조국의 시간』에는 ‘인용의 정치’라고 부를만한 수많은 인용글이 가득하다. 사적인 대화에서부터 집회에서의 발언, 기사, 공식문서, 단행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말과 글이 인용되어 있다. 대부분 저자를 응원하거나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이며 저자는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저자의 감사가 끝내 향하는 곳은 ‘조국 수호’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이다. 감사의 진정성을 논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모든 인용들은 저자의 입장이 개인적인 소견에 그치지 않는 시대적인 과제라는 것을 가리킨다.

“‘시대정신’이라는 신이 있다면, 그 신이 각자에게 배역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내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연극은 신의 각본과 달리 진행되었다. 또 한 명의 배우는 자신이 가슴 깊이 모시던 ‘다른 신’이 있었고, 그 신을 위해 따로 준비한 각본이 있었다.”(275)

여기서 저자 자신은 시대정‘신’이 준 검찰개혁이라는 사명을 받들은 신자로, ‘또 한명의 배우’인 윤석열은 ‘다른 신’(검찰을 의미하기도 하고, 무속 논란을 가리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을 모시는 신자로 여겨진다. 여기서 우리는 그것이 ‘신의 뜻’이라는 오래된 사명 혹은 변명의 수사를 보게 된다.

증명의 시간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지면의 한계로 많이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으면 저자가 검찰개혁이라는 사명을 얼마나 진정성 있고 꾸준하게 추구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나는 정치인 조국을 비판해 오던 이들이 꾸준히 주장했듯이, 검찰개혁이라는 사명만으로는 그에게 제기된 도덕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으며, 최악의 경우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저자가 자신에게 가해진 의혹을 진보적인 기득권 세력이 누려 왔던 계급적 특권과 보다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공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도덕적으로 사과하는 것을 넘어서 검찰개혁에 준하는 시대적 과제로 삼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기득권 세력의 즉각적인 저항에 직면하면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었겠지만, 조국이라는 정치인이 한국사회에 남긴 메시지는 좀 더 입체적이었을 것이다.

그가 짊어진 검찰개혁이라는 사명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비판하고 검찰 독재의 종식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그 정치적 효과는 확실히 반감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국 수호’를 외쳤던 시민들 중 상당수는 이제 더 이상 조국혁신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의 정치적 미래 역시 어두운 상황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조국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일수는 있었어도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은 아니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증명의 시간이다. 검찰개혁이라는 사명이 변명이 되지 않으려면, 조국은 자신의 정치를 다시금 증명해야 한다. 최근 그는 ‘사회권 선진국’을 강조하며 검찰개혁에 치중되지 않은 새로운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거 성폭력 가해자 비호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고, 사모펀드와 같이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의혹들 역시 선거 과정에서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조국(祖國)을 향한 그의 사명이 또 한번 조국의 시간을 불러 올지, 아니면 구차한 변명으로 끝날지는 여전히 열려 있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증명은 실패할 것이다.


※ 본 연재는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웹진 <인-무브>에 공동게재 됩니다.

현우식
현우식

제주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냈다.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향했으나, 기대와는 다른 현실을 경험하고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이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연구자의 길을 선택했다. 말과 글을 매개로 생각과 질문들을 언어로 옮기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이 사회를 보다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라클라우 연구에서 출발했지만, 정치사상과 정치사회학, 정치비평을 넘나들며 말하고 쓰는 일을 이어가고자 한다. 라클라우의 사상은 이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정치에 대한 관점을 제공해 주었다.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커뮤니케이션북스, 2025)를 함께 썼다. 제주대학교에서 정치사상을 가르치고 있으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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