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막으니 ‘덜 똘똘한 한 채’ 등장?

‘똘똘한 한 채’ 막으니 ‘덜 똘똘한 한 채’ 등장?

정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부동산세제는 주택 수보다 가격과 실거주 여부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종합부동산세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자의 공제는 줄인다. 초고가 주택의 세율은 높이고, 장기보유 세액공제는 장기거주 공제로 전환한다. 양도소득세 역시 거주하지 않은 기간은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제외하는 한편, 10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에게는 최대 80% 공제를 유지한다.

정부는 “집은 사는 곳”이라는 원칙에 따라 실거주자를 보호하고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부담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가 약 20억원의 실거주 1주택까지 종부세를 면제하고 장기거주 혜택을 크게 유지하면서, 실제 증세 대상은 일부 초고가 주택과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집중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2028년까지 다시 유예한다. 참여연대는 주택 수 중심 과세를 자산가액 중심으로 바꾼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고가 1주택 특례가 확대되면서 종부세 정상화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밖에서는 국내 생산과 전략산업 지원에 세제를 적극 동원하는 방향이 두드러진다. 국내 생산과 판매를 늘린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가 도입된다.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 로봇부품 등 6개 분야가 대상이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생산분은 제외하고 비수도권에는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한다. 국가전략기술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초소형모듈원자로(MMR)가 새로 포함됐다.

정부는 전체 개편으로 향후 5년간 약 3조 4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개편안은 오늘(4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가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편집자 코멘트

정부는 ‘똘똘한 한 채’ 쏠림을 줄이겠다며 주택 수보다 가격과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세제를 바꿨다. 그러나 발표 하루 만에 시장에서는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덜 똘똘한 한 채’가 새로운 절세·투자 전략으로 거론됐다. 그렇다고 세제개편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비거주·초고가 주택의 부담을 높이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다만 주택이 가장 유력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남아 있는 한, 세법은 부동산을 향한 욕망을 없애기보다 그 욕망이 움직이는 경로를 바꾸는 데 그치기 쉽다.

반복되는 이 문제의 배경에는 주택 소유를 삶의 표준으로 삼는 ‘홈오너십 소사이어티’의 관성이 있다. 세제와 금융은 물론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복지의 일부까지 주택 소유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그 경로를 단숨에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도 공급과 세제처럼 집을 사거나 보유하는 사람의 선택을 다루는 의제가 중심이었고, 임차인의 권리와 부담은 주변부에 머물렀다. 집은 사는 곳이라는 원칙이 정작 집을 빌려 사는 사람보다 집을 소유하고 거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해석되는 셈이다.

세제개편으로 모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은 맞지만, 동시에 세제개편은 주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이번 개편으로 전월세 매물이 줄고 가격 상승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유세 강화에 대한 자산소유자의 반발과 임차인의 실제 불안은 구분하되, 전자를 경계한다고 후자까지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세제와 공급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의 중심에 임차인을 두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보면 어떨까. 구매자와 소유자 중심의 정책에서는 보이지 않던 빈틈을 확인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AI의 수혜와 위험 사이에 선 노동운동

  • 미국 매체 트루스아웃은 AI 산업을 둘러싼 노동운동 내부의 엇갈린 대응을 전했다. 데이터센터의 물·전력 소비와 공공요금 상승을 우려하는 다수 노조가 신규 건설 유예를 지지하지만, 건설·전기 노동조합은 데이터센터가 양질의 조합원 일자리를 만든다며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교사노조 내부에서는 빅테크의 지원으로 AI 교육센터를 만들기로 한 지도부를 향해, 조합원 논의와 결정 단계를 건너뛰었다는 비판이 일반 조합원들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 두 갈등은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하나는 AI 산업 확대가 만드는 일자리, 특히 건설부문 일자리와 지역·환경에 대한 위험을 노동운동이 어떻게 함께 판단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실제 일터에 들어올 때 도입 방식과 업무 변화에 노동자가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가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AI 산업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노동·사회운동이 공동의 이해와 원칙을 세워 빠르게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KTX·SRT 통합, 하나의 앱 다음은 하나의 철도

  •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3일) 코레일의 SR 지분 인수와 고속철도 영업 양수를 최종 승인했다. 같은 날 코레일과 SR의 예약·회원 시스템을 합친 통합 앱 ‘코레일+’도 운영을 시작했다. KTX와 SRT의 통합 운행은 9월부터 본격화된다. 정부는 향후 3년간 KTX 운임을 현재 SRT 수준으로 약 10% 낮추고, 주말 기준 좌석을 하루 1만7천 석 이상, 운행 횟수를 25회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 두 앱을 번갈아 켜고 좌석을 따로 찾아야 했던 불편을 줄이는 것은 통합의 출발점일 뿐이다. 분리 경쟁체제 아래 약화된 철도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통합이 단순한 조직 합병이나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승객 및 노동자 안전 강화, 수익성과 관계없이 전국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공철도 체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다.

전쟁과 폭염은 누구의 이익이 됐나

  •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정제 마진이 오르면서 셸의 올해 2분기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엑손모빌과 셰브런, 토탈에너지도 대규모 분기 이익을 거뒀다. 같은 시기 세계 곳곳에서는 폭염과 산불, 홍수 피해가 이어졌다. 중동의 전쟁과 기후위기는 모두 화석연료 중심의 세계질서와 깊이 얽혀 있는데, 그런 전쟁과 재난이 키운 불안정의 비용은 시민에게 돌아가고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생긴 이익은 다시 석유기업에 쌓이고 있다.
  • 시민사회에서는 석유·가스 기업의 초과이윤에 상시적으로 추가 과세해 기후재난 복구와 에너지전환에 쓰자고 요구하고 있다. 세계 100대 석유·가스 기업에 2015년부터 20%의 추가세를 부과했다면 1조 달러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추산도 나왔다. 피해를 키우고 위기에서 이익을 얻은 기업이 전환과 복구 비용을 부담하도록 만드는 것이 ‘오염자 부담’ 원칙의 다음 과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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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숫자

617곳

정부의 ‘햇빛소득마을’ 2차 공모에 신청한 마을 수. 전국 12개 시도, 116개 시군에서 참여해 1차 공모 신청의 네 배를 넘었다. 다만 617곳은 선정된 마을이 아니라 신청한 마을이며, 최종 결과는 9월 30일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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