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 ‘전격전’, 무엇을 밀어내고 달리나

메가프로젝트 ‘전격전’, 무엇을 밀어내고 달리나

이재명 대통령이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소요 시간을 줄이고 규제를 계속 개선하라는 주문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에 못지않은 속도로 추진하겠다며, 광주 군공항 기능을 2028년까지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배치하고 이전이 끝나기 전에도 주변 산단 조성을 먼저 추진하도록 했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도 만들어진다. 정부는 올해 안에 ‘메가특구 특별법’을 추진해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전력·용수·교통은 물론 주거·교육까지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지원할 계획이다. 청와대에는 메가프로젝트 전담 조직을, 총리실에는 범정부 지원협의회를 두고 지방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목록도 따로 관리한다. 정부는 이 추진 방식 자체를 부처 간 칸막이와 기존 행정절차를 넘어서는 ‘정부 혁신’의 모델로 삼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메가특구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는 일단 결론을 미뤘다. 청와대는 해당 지역과 노동계의 논의와 지역주민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메가프로젝트의 성과가 대기업과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K자형 성장’을 막겠다며 소부장·중소기업 지원, 5조원 규모의 상생무역금융과 약 5조원 규모의 반도체 신규 펀드 등의 방안도 함께 내놨다.

편집자 코멘트

행정절차가 불필요하게 중복되거나 지연된다면 개선할 수도 있다. 문제는 무엇을 ‘불필요한 지연’으로 보는지다. 환경영향평가와 노동시간 규제, 지역사회의 의견수렴은 단순히 기업투자를 늦추는 절차가 아니다. 대규모 개발이 환경과 노동, 지역의 삶에 미치는 비용을 확인하고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기도 하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의 성과가 대기업과 일부 지역에만 돌아가는 ‘K자형 성장’을 막겠다고 한 문제의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따져야 할 것은 성장의 성과만이 아니다. 더욱이 모든 메가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기대했던 투자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이미 투입한 재정과 기반시설, 훼손된 환경과 지역이 떠안은 비용은 남는다. K자형 성장도 문제지만, 비용과 위험부담의 불평등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나 노동규제, 주민 의견수렴과 같은 절차는 단지 사업을 늦추는 장벽으로 볼 수 없다.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고 누가 비용과 위험을 떠안게 될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따져보는 장치이기도 하다. 정부가 주 52시간 적용 제외에는 노동계와 지역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같은 원칙이 환경과 토지, 전력과 용수 등 다른 쟁점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전쟁의 은유를 따온 정부의 일처리 방식은 도태에 대한 두려움이나 시급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은유가 가리고 지나가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일상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 분명히 살펴야 한다.


취약계층 가점 없앤 SH, 부족한 건 ‘공정 경쟁’이 아니라 공공임대

  •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올해 재개발임대주택 3421가구 입주자를 모집하면서 기존의 사회취약계층 가점을 없애고, 청약저축 납입 횟수와 서울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입주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기존 기준에서 불리했던 청년·1인가구의 입주 기회를 넓히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주거시민단체들은 생계가 어려운 사람에게 장기간의 청약저축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공평한 경쟁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공공임대가 부족할수록 입주 기준은 단순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누구의 주거 필요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 된다. 취약계층의 몫을 줄여 청년의 기회를 만드는 방식보다 공공임대 공급을 늘리고 서로 다른 주거 필요를 함께 반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요금 지역 차등제, ‘지역’ 구분 방식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

  •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과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지역이 같은 요금을 내는 현행 체계를 바꾸려는 정책이다. 장거리 송전에 드는 비용과 발전시설이 있는 지역의 부담을 요금에 반영하고,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의 입지를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도 있다. 정부는 현재 전국을 큰 틀에서 4개 유형으로 나누되, 대도시·농촌·인구소멸지역 등을 고려해 더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지역 구분과 요금체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쟁점은 어디까지를 하나의 ‘지역’으로 볼 것인지, 또 지역 간 요금 격차를 얼마나 둘 것인지다. 인천은 발전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대표적인 전력 생산지역이지만 넓은 수도권 권역으로 묶이면 서울·경기와 차이가 줄어들 수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수도권 요금을 올리고 지방은 내릴 경우 “수도권 경쟁력 저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혀, 제도의 취지와 수도권 산업의 부담 사이에서 차등 폭을 조정하려는 모습이 관측된다.

기후정치는 ‘세상의 종말’보다 ‘월말’을 말할 수 있을까

  • 참세상이 번역해서 소개한 《자코뱅》의 글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조사에서는 기후정책에 대한 태도에서 뚜렷한 계급 격차가 나타났다. 하지만 노동계급이 기후대응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계의 에너지 비용을 높이는 정책보다 기업에 부담을 지우고 좋은 일자리와 생활비 절감에 연결한 기후정책을 제시했을 때 지지가 크게 높아졌다. 글은 기후정치가 ‘세상의 종말’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당장 마주하는 ‘월말’의 문제에서도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한편 한국에서도 비용 문제는 기후정책에 대한 중요한 우려로 나타난다. 2024년 조사에서 탄소중립 과정의 가장 큰 우려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74%)이었고, 제품·서비스 가격 상승(66%), 일자리 감소(52%)가 뒤를 이었다.
  • 기후위기를 노동과 생활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기후정책이 오히려 생활비 상승, 일자리 불안 등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쉬운 과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당면한 대형 기후 악재를 저지하는 데 집중하다보면 놓치기 쉬운 관점이기도 하다. 기후정치가 대중적 지지를 넓히려면 전환으로 삶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까지 함께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다시 나온 CPTPP 가입, 농어업계가 반대하는 이유

  •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일본·영국·캐나다·호주·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자유무역협정이다. 회원국 사이의 공산품뿐 아니라 농수산물 시장도 높은 수준으로 개방하고, 서비스·투자·디지털무역 등 폭넓은 통상규범을 함께 적용한다. 정부는 아세안·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소비재 수출을 늘리겠다며 CPTPP 가입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농어업계는 높은 수준의 관세 철폐로 값싼 농수산물 수입이 늘고 국내 농어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산업·수출 확대의 이익을 위해 농업을 다시 희생시키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고, 정의당 농어민먹거리위원회도 식량안보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통상정책이라며 가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20년 만에 열린 ‘진짜 사장’과의 교섭

  • 국세청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일 원청인 국세청과 처음으로 직접 교섭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민간위탁업체에 고용돼 있지만 20년 넘게 국세청 업무를 수행해왔고, 지난 3월부터 원청교섭을 요구해왔다. 고용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위원회와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국세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교섭 절차가 열렸다.
  • 이번 교섭은 하청노동자가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과 교섭할 길을 넓힌 노조법 개정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사례다. 노조는 감정노동과 작업환경뿐 아니라 임금·복지·고용까지 교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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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6257만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민간아파트 전용 59㎡의 평균 분양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5억3072만원으로, 서울은 전국 평균의 약 3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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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피드백

참된정치인 · <버스에서 살면 된다는 발상과 주택 공급> 더 욕하기도 아깝네요. 살 집이 없다는 말을 진짜로 비바람 피할 사전적 의미의 ‘집’도 없는 줄 아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사실 제가 사는 경북에서는 토지 확보와 주택 공급이 부족하기보단 다주택 투기꾼들의 횡포가 더 문제인 것 같은데요, 매번 집 구할 때마다 자기는 대구나 서울에 살면서 법인 명의로 세 놓고 관리도 안해주는 집주인들 마주하기가 정말 환멸납니다. 
<(영문) 사회주의자에게 스포츠란 뭘까 (Sportcialism) | DSA USA>
제목이 흥미로워서 클릭했는데 계속 구독하면서도 영문 소식까지 읽어본 건 오늘이 처음이네요^^;  다양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색 · ‘버스하우스’ 망언 논란은 기득권의 인식, 몰이해, 위선 등 정말 다양한 나쁜 면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버스하우스는 물론이고 지금 주로 논의되는 주택정책이나, 오늘 레터에서 다룬 ’15억’이라는 아파트 분양가를 보면 다른 세상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DSA의 팟캐스트에서 다룬 스포츠 이야기는 저도 재밌게 읽어서 가져와봤습니다! 정치조직화 관점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흥미롭더라구요. 매번 저작권 우려로 번역본을 따로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좋은 해외 아티클도 소개하겠습니다.
+원래 지난주 공개예정이었던 모색 팟캐스트 <공명의 동남풍> 녹음에서도 우연히 프로야구와 기후위기, 기후정치 이야기를 나눴는데 실수로 녹음을 날렸습니다…  하하하하하… 곧 새로운 녹음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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