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으로 기운 내년도 예산안, 민생 한파 버티기엔 충분할까

‘성장’으로 기운 내년도 예산안, 민생 한파 버티기엔 충분할까

정부가 어제(1일) 2027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 12.8% 늘어난 820조9천억원으로 역대 가장 큰 폭의 증가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크게 늘면서 국세수입은 올해보다 194조2천억원 증가한 584조4천억원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성장의 과실을 세대·지역·계층으로 확산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가장 크게 힘을 싣는 곳은 첨단산업이다. 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AI’ 예산은 10조8천억원에서 21조3천억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되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전체 예산도 31조8천억원에서 41조2천억원으로 29.7% 늘어난다. 정부는 최고 성능 GPU 1만장을 포함한 독자 AI 모델 개발에 4조7천억원을 투입하고, 반도체 산단의 전력·용수·산단 인프라에도 2조1천억원을 배정했다.

‘국토대전환 및 지방주도 성장’에도 33조원을 배정했다.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을 신설하고 지역 의료공백 해소와 지방국립대 지원 등을 확대한다. 보건·복지·고용 등 예산은 289조원으로 9.3% 늘었는데, 기준중위소득 인상으로 복지 급여 규모가 커졌고 산재·건강보험료 지원을 노무제공자까지 확대한다. 주거 부문에서는 청년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역세권 중형 평수를 포함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신규 도입이 포함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지역은 17곳에서 35곳으로 확대한다.

한편 반도체 호황 등으로 최근 10년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를 적립하는 162조3천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이 가운데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관련 사업에 45조4천억원을 지출한다. 이를 둘러싼 재원의 지속가능성과 세부적인 지출 구성 역시 이번 예산 정국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편집자 코멘트

이번 예산안에는 ‘성장’이라는 말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참여연대도 첨단산업 투자에 비해 불평등과 민생 대응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대폭 늘어난 재정이 산업 진흥이라는 이름 아래 기업의 투자비용과 성장 지원에 지나치게 쏠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뜩이나 실물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최근 이어진 금리 인상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 내년에도 상당한 수준으로 민생의 어려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오늘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 ‘복지 부문 예산도 늘긴 했다’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민생 한파를 버티기에 충분한 규모와 방향인지 물어야 한다.

820조원이 넘는 예산이라는 숫자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긴축이냐 확장이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늘어난 재정이 ‘기업의 성장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가’ 아니면 ‘사회 전체의 기반과 회복력을 넓히는가’다. 2027년부터는 이 정부가 말하는 ‘성장’이 누구의 삶을 실제로 나아지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종부세는 원상복구, 금융자산은 다시 부동산으로

  •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를 14억원으로 높이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부담은 강화하려던 당초 구상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1주택자 공제 축소 폭도 완화했고, 종부세 세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계획 역시 철회됐다.
  • 한편 금융자산에서 부동산으로 향하는 돈의 흐름도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 자료를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주택 구입에 사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8조33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5조8205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 가운데 64.4%가 서울 주택 구입에 쓰였고, 전체 주식·채권 매각자금의 52.9%는 15억원 이상 주택으로 향했다.
  • 세제개편안과 주택구입자금 분석은 서로 별개의 장면이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돌리겠다는 방향을 강조해왔음에도, 금융자산에서 얻은 이익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자산시장 간 이동이 다시 주택가격과 자산격차를 키우는 통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함께, 보유세를 어떤 원칙으로 설계할 것인지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네팔 기후재난, "자선이 아닌 기후정의"의 문제

  • 네팔 정부가 최근 대홍수를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으로 규정하고 미국·중국·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에 책임 있는 보상을 요구했다. 네팔 외무장관은 기후외교의 틀을 ‘원조’에서 ‘정의와 보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는 자선이 아니라 법적·도덕적 책임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홍수는 히말라야 빙하 붕괴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온난화에 따른 빙하 융해와 불안정성 증가를 주요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 네팔 활동가 기고에 따르면, 네팔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에도 못 미치지만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네팔 안팎의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피해국 지원이 기존 원조를 재포장하거나 새로운 부채를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고배출국의 책임에 기반한 재정 확보를 요구한다. "자선이 아니라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 기후재난을 겪은 국가가 “도와달라”가 아니라 “책임에 따라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장면은 기후정의 논쟁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미 국제사회에는 기후변화로 피할 수 없게 된 피해를 지원하는 기금이 만들어졌지만, 재원 규모와 고배출국의 책임 분담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네팔의 요구는 앞으로 기후재난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전면에 올려놓는다.

혐오에 대응한다면서 성소수자 삭제하는 교육부

  • 교육부가 학교 현장의 혐오·차별 표현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 중인 가이드북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제공한 초안에는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교육부 수정본에서는 빠졌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반대 민원을 우려해 학교 배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고, 이에 가이드북 검토위원 7명 중 6명이 검토진에서 빠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 비판이 커지자 교육부는 예정됐던 가이드북 발표를 보류하고 추가 검토에 들어갔다. 전교조·차별금지법제정연대·무지개행동 등 132개 단체는 어제(1일) 기자회견을 열어 삭제된 내용을 즉시 복원하고 교육부 장관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성소수자를 겨냥한 ‘반대 민원’ 자체가 가이드북이 대응해야 할 혐오와 차별인데, 이를 이유로 내용을 삭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10개’ 첫발, 거점대 집중지원의 과제

  • 교육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의 첫 패키지 지원 대학으로 부산대·전남대·충남대를 선정했다. 세 대학은 올해 약 700억원,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약 800억원을 추가 지원받아 지역 성장산업과 연계한 브랜드 단과대, AI 거점대학, 공유대학 등을 운영한다. 부산대는 조선·해양·항공우주, 전남대는 반도체·미래에너지, 충남대는 중부권 성장산업과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연구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 지역거점대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는 방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대학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 지방대 간 서열화와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과,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가 정책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으로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렵고, 지역의 일자리와 정주여건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보완 사항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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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숫자

12.4명

국회미래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2032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전국 평균 12.4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학생 수 감소 속도 차이로 교원 수급 불균형도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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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피드백

참된정치인 · <용혜인 겸직 논란, 다시 드러난 위성정당의 후유증> 그것이 정당하지 않더라도 용혜인이 싸잡아 받는 과한 조롱과 비난은 자처했다고 봅니다. 개인의 능력과 탄탄한 커리어로 증명한 자리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줄 잘타서 대충 진보, 청년, 여성 컨셉으로 비례 두번 했으면 이정도 역풍은 감수해야죠.
차라리 장관직 깔끔하게 거절했으면 기본소득당과 진보정치에 대한 진심이라도 보였을텐데, 이거저거 다 해먹겠다는게 기가 차네요. 하다못해 최혁진 집안단속 하나 못해놓은 집단이 무슨 낯으로 원내정당을 고집하는지?
<사라지는 시외·고속버스…20년 새 이용객 58% ‘급감’> 씁쓸한 일입니다. 같은 구간일때 가격면이나 시간면이나 ktx에 먼저 손이 가는게 사실이니까요. 지방-서울 면에서는 철도를 이기기 어려워 보이니 지방-지방 동서교통에 버스가 좀 더 집중하면 어떨까 싶다가도, 그건 수익성이 더 떨어지니 현실성이 없겠네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모색 · 늘 자세한 독자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정치적 행위는 책임을 동반하는 것이니, 지금 용혜인 의원이 받는 비난도 본인이 만든 결과라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비수도권 지역 간 철도도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지만, 말씀하신대로 동서를 잇는 도로교통 인프라도 재정, 민자 따지지 않고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을 향하는 도로도 늘어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코멘트를 보면서, 도로는 늘어나는데 버스는 사라진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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