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당에서 활동한 지 12년 되었을 때쯤, 문득 정말 많은 이들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행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것도 속상한 일이지만, 그들에게 해줄 말이 없다는 것이 더 마음 아픈 일입니다. 안정적인 상근 일자리는 언감생심. 하다못해 정기적인 원고료라도 책임질 테니 잠시 비를 피해 보자고 제안할 수도 없는 여건이지 않았겠습니까.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적절한 ‘비빌언덕’은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언덕이 없으니 직접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우선, 우리 조직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은평구 독거청년을 꼬드겼습니다. 4대 보험도 못 받던 직장에서 갖은 고생 하다가 퇴사하면 집에서 게임할 궁리만 하던 은평 청년 조모씨와 의기투합하여 ‘모색’을 설립했습니다.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뉴스레터며 모색 홈페이지며 다 조모씨 작품입니다. 각설하고 그럼, 모색은 어떻게 ‘비빌언덕’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또 하나의 문제의식을 이야기해 드려야 되겠습니다. 제 주변에는 (은평구 조모씨를 포함하여) 정말 탁월한 청년 활동가, 연구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생계를 걱정하며 경로를 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너무 겸손합니다. 강의 제안이 들어와도 ‘내가 뭐라고’ 사양합니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이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이 프로 겸손러들을 강제로라도 무대 위로 세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가진 탁월함을 마음껏 많은 이들과 나누며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무대가 바로 ‘대안정치공간 모색’ 입니다.
모색은 매니지먼트 회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미 숙성된 활동가, 연구자들의 컨텐츠를 발굴하는 단체입니다. 글을 쓰게 채근합니다. 연재가 이어지면 단행본을 내고, 강의 공간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시너지가 되어 줄 수 있게 네트워크를 구축합니다. 건강하고 풍성한 토론을 통해 실력을 축적해 나갑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고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들의 ‘비밀언덕’을 쌓아갑니다.
그렇습니다. 후원이 필요합니다. 먹먹한 시절을 버티기 위해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진보 정치의 미래를 그려보고 싶다던 정당주의자가 걱정 없이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후대에 누군가 걸어갈 이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오늘도 묵묵하게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예산전문가의 손목이 아프지 않도록, 긴 호흡으로 정당과 정치를 고민하고 싶은 연구활동가가 서두르지 않아도 되게끔, 그리고 빛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다양한 이 업계 관계자들이 무대 위에 설 수 있도록 ‘대안정치공간 모색’에 든든한 지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