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미래를 포기한 정치, ‘종말론적 파시즘’

모두의 미래를 포기한 정치, ‘종말론적 파시즘’

나오미 클라인과 아스트라 테일러의 책 『End Times Fascism and the Fight for the Living World』이 미국 시간으로 15일 출간을 앞두고 여러 매체에서 주목받고 있다. 저자들이 중심에 놓는 진단은 ‘종말론적 파시즘(end-times fascism)’이다. 기후위기와 핵전쟁, 인공지능 같은 거대한 위험이 커지는 시대에 등장한 극우 정치의 한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클라인과 테일러가 주목하는 것은 서로 꽤 달라 보이는 세 흐름이다. 종말과 구원의 서사를 정치화하는 종교적 극우, 국경을 닫고 이주민을 밀어내려는 민족주의 정치, 지구 밖 식민지나 벙커·첨단기술에서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찾는 기술 엘리트다. 이들이 모두 하나의 이념을 공유한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들은 지구와 사회의 파국을 막기보다 자신들과 선택된 소수가 살아남을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과, 탈출할 곳이 없기에 지금의 장소와 공동체, 즉 ‘여기(here)’를 지키고 고치려는 사람들의 대립에 주목한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더 단단히 닫을 이유가 되고, AI와 첨단기술은 모두가 살아갈 현재를 고치는 대신 초지능과 기계와의 결합 같은 새로운 미래로 빠져나갈 통로가 되고, 불평등은 줄여야 할 문제가 아니라 각자 살아남아야 할 조건이 된다.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종말론적’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세상의 종말을 믿는다는 뜻보다 넓다. 모두가 함께 살아갈 미래에 대한 약속 자체를 포기하는 정치에 가깝다. 두 사람은 이에 맞서는 정치를 ‘살아 있는 세계를 위한 싸움’이라고 부르며 데이터센터 건설에 맞서는 지역운동, 이주민을 지키는 공동체, 조란 맘다니를 비롯한 새로운 좌파정치 등을 사례로 제시한다.

편집자 코멘트

기후위기, AI, 불평등, 극우의 부상은 실제 정치에서 점점 하나의 미래 서사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의 진보정치도 이런 변화 속에서 기존 의제들을 어떻게 새롭게 연결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을 어떤 언어와 미래의 그림으로 풀어낼지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전선 설정과 N개 의제의 산술적 연대를 넘어서는 연결망에 대한 고민도 있다. ‘종말론적 파시즘’이라는 저자들의 진단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변화한 정치 지형을 읽고 진보정치의 대전략과 미래상을 수립하는 데 참고할 만한 논의라는 점에서 소개해본다.


공공배달앱,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

  • 정부가 내년도 상생배달앱 지원에 1,240억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1,200억원이 할인쿠폰에 쓰이고, 전국 12개 공공배달앱 가운데 3~4곳을 선정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650억원 규모의 쿠폰 사업으로 공공배달앱 이용자가 크게 늘었지만 지원이 끝난 뒤 다시 감소했다. 그렇다고 효과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해 8월 이용자 수를 사업 직전과 비교하면 땡겨요는 55.8%, 먹깨비는 28%, 대구로는 8.9% 높은 수준이다.
  • 문제는 쿠폰의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공공배달앱의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있다. 공공배달앱은 배민·쿠팡이츠가 약 93%를 차지한 시장에서 2% 안팎의 낮은 중개수수료로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고 경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용자 수와 서비스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시장점유율만 민간 플랫폼과 똑같이 겨루는 것이 공공앱의 유일한 목표일 수는 없다. 수수료와 점주 부담, 노동환경 같은 공공성의 성과를 어떻게 함께 평가할지도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 한편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늘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 온라인플랫폼법과 음식배달앱 관련 법안의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 대안을 키우는 것과 함께, 이미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의 거래조건과 비용 전가를 어떻게 규율할지도 남아 있는 과제다.

샌더스, ‘임금 삭감 없는 주 32시간제’ 다시 제안

  •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이 주 40시간 노동 기준을 4년에 걸쳐 3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주당 기준을 매년 2시간씩 줄이고, 32시간을 넘겨 일하면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도 주급과 복리후생은 삭감하지 못하도록 했다.
  • 샌더스는 AI와 로봇이 경제를 크게 바꿀수록 그 생산성 향상의 이익이 소수의 억만장자와 기업 경영진에게만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 32시간제는 급진적인 생각이 아니다”라며, 기술과 생산성이 크게 발전했는데도 많은 노동자가 더 오래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현실이 오히려 급진적이라고 말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참사 수습 과정과 사고조사 등을 두고 감사원에 8건의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협의회는 초기 유해 수습 부실과 14개월 넘게 이어진 유해 혼입 잔해물 방치, 유가족의 재수색 요청 불이행,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개량공사와 관련한 허위 자료 의혹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 침해와 국토교통부 간부의 상임위원 겸직에 따른 이해충돌, 경찰 수사 과정의 ‘꼬리 자르기’ 의혹도 감사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협의회에 따르면 국토부가 참사 15일 뒤 잔해 수습이 99% 완료됐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재수색 과정에서 유해와 유류품 1,800여 점이 추가로 수습됐다.

삼성·SK하이닉스, 한전의 ‘25조 전기료 선납’ 제안 거절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이 제안한 5년치 전기요금 25조원 선납 방안을 거절했다. 한전은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을 미리 받아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에 우선 활용하고, 선납금에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해 이후 전기료에서 차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사는 5년 뒤까지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먼저 지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번 제안은 반도체 중심 산업정책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와 한전의 재정 부담이 만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용인 반도체 산단에만 2041년까지 14GW 규모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전은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가 210조7천억원에 달한다. 전력 다소비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확대하기로 선언했다면, 필요한 전력망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지뿐 아니라 그 산업정책이 생태적으로, 또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한 규모인지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함께 볼 소식


오늘의 숫자

6,080명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해 구제급여 지급 대상이 된 누적 인원이다. 14일 마지막 피해구제위원회에서 43명이 추가로 인정됐다. 다음달 8일부터 개정 피해구제법이 시행되지만, 피해를 신청하고도 아직 인정받지 못한 사람도 약 2천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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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피드백

참된정치인 · 오늘 레터 소식은 아니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논란도 한번 살펴봤으면 좋겠어요. 지방대학에 오래 붙어있는 입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교부금 개편을 통한 고등교육 지원 확대에 찬성 하는 입장인데 시민단체들 반응이 영 껄끄럽네요. 제가 직접 이 동네 살면서 본 건 초중등 학생들이 1인 1아이패드, 1인 1드론, 학급별 공기청정기 두대 가지고 수업할 때, 대학은 아직도 석면 천장 아래에서 구형 일체형 책걸상 쓰면서 공부했거든요. 지방대학에서 이 문제 제기한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닙니다. 고등교육 예산 자체가 이러니 대학 입장에서는 글로컬 대학같은 사업비 따내는데 목 맬 수밖에 없고요. 교육예산이 한정되어있으니 어느 쪽이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윗돌이 너무 허술해요.
모색 · 네, 어제 박홍근 장관의 인터뷰도 있고해서 다뤄보려다가, 예산 정국 좀 더 가까워지고 저도 공부가 좀 더 된 뒤에 자세히 다뤄보면 좋겠다 싶어서 잠깐 보류했습니다. 조만간 다뤄볼게요~! 그때도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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