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갖고 싶다는 마음에 대하여 –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적은 연봉을 받는 게 처음으로 감사한 순간이었다. -157쪽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부동산 정책으로 향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각 후보의 정책 철학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부동산 정책들을 살펴본 뒤, <도시의 문장들>에 소개하고 싶어 떠오른 책은 이상하게도 정책 분석서가 아니었습니다.

한 개인의 삶을 따라가며 그 속에 녹아든 부동산의 의미를 조용히 짚어 나가는 기록. 저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한 사람의 이를테면, ‘부동산사(史)’를 따라가다 보면 정책의 빈틈이 보이고 자산불평등의 현실이 어렴풋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책으로는『확률가족』(박해천 기획),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마민지 지음)이 있습니다. 두 책 모두 8~90년대 성장한 사람들과 그 가족의 부동산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야말로 한국 부동산 격동의(=폭등 폭락) 시기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 글에서는 부동산, 부동산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표현이 불편하실 분도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집이라는 것을 재산을 뜻하는 부동산으로 호명하니까요. 그 불편함에 공감하면서도, 옳고 그름과 별개로 집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통념적 인식을 지우면 오늘 나눌 이야기들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부동산이란 표현을 쓰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확률가족』,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과 달리, 오늘 소개할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강병진 지음)는 2010년대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에도 저자의 가족이나 지인 등 다른 사례들도 등장하지만, 주로는 1979년 태어난, 베이비부머 자녀 세대(에코 세대)인 저자가 서울 은평구에서 빌라를 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더 다양한 사례와 시사점이 있는 『확률가족』과 같은 책이 아니라 이 책을 소개하는 건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저자가 집을 보러 은평구를 돌아다니던 때와 비슷한 시기, 저도 같은 이유로 같은 동네를 돌아다닌 것 등 저자와 공통점이 많다는 게 이 책이 더 와닿기 때문입니다(심지어 저자와 군복무 지역까지 동일해서 놀랐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를 댔지만, 이 책이 와닿는 건 그런 특수성보다도 집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의 마음, 마주하는 현실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단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집에 대한 기억, 독립해 방을 구하러 다니던 기억, 대출 때문에 은행을 드나들던 기억, 집을 채우며 취향을 만들어가던 기억 등 꼭 서울 은평구에서의 기억이 없어도, 자가가 아니어도, 투룸 빌라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니까요.

부동산 서사가 품은 질문들

이 책은 2010년대 중후반, 저자가 서울에서 생애 첫 집을 구입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집 주변의 풍경들, 공인중개사와의 대화, 대출 상담 과정, 신축 빌라 분양 등 다양한 상황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독자는 저자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어느새 함께 긴장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특히, 저자는 어머니를 모실 집을 구하려는 것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이 다른 어머니와 나눈 대화들, 그때 저자가 느낀 감정들을 읽다보면 제 가슴도 턱턱 막혀오기까지 합니다. 기자 출신인 저자의 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매매든 임차든 한국에서 부동산 서사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보편적 기억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주택 구입 정책대출 이름과 겹치는 책 제목 탓일까요? 인터넷 서점 리뷰란에 보면 주택 구입 정보를 얻으려고 읽었는데 저자의 개인사만 줄줄 나열한다는 악평이 달려있기도 합니다.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재테크라든가, 주택 구입 노하우 같은 걸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그리고 개인의 경험을 곁들인 주택 정책이나 빌라 거래의 취약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르포도 아닙니다. 공감을 불러오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다 읽고 나면 국가 단위의 정책 논의에서 보이지 않던 정책의 빈틈이나, 주거안정성이라는 슬로건에 다 담지 못하는 현실 세계를 발견하는 데에도 가치 있는 책이란 걸 알게 됩니다. 정책과 금융상품은 왜 아파트 중심으로 짜여지는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거래임에도 그에 수반되는 위험성, 불안감은 어디에 기인하는지, ‘투기꾼’이고자 하는 마음이 1도 없는 시민들도 부동산 거래 시점이 되면 왜 투자 마인드가 발동할 수밖에 없는지 등, 주택 정책이나 소유권 제도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은 실제 주택 거래 현실을 모른다면 떠올리기 어려운 질문들이니까요.

‘집을 갖는다’는 말의 의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주택을 구입하는 여정을 그립니다. 그런데, ‘집을 갖는다’는 말은 그 자체로 다소 불편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맛 좋은 표현이 있듯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집이란 건 다른 재화들과 달리 온전히 상품의 영역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는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자산불평등이라는 사회 위기의 핵심 키워드 그 한 가운데 있는 것이 바로 주택 소유 문제이기도 합니다. 주택 소유를 촉진하는 사회, 이른바 (홈)오너십 소사이어티가 대체로 보수 정부의 방향성이고, 소유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사회가 진보 정치세력의 주된 방향성이라는 점에서도 집을 소유한다는 건 때때로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지향을 위해서라도 ‘집을 갖는다’는 말을 인수분해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말 뒤에는 때로는 자산 증식이, 때로는 사회적 우월감을 느끼겠다는 욕구가, 때로는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가 녹아있고, 또 어느 정도 섞여 있습니다. 에코 세대의 부동산사를 다룬 책들에는 공통적으로 목동 등 8~90년대 신규택지 매매자들의 자산 뻥튀기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부동산이 곧 자산 증식이라는 걸 보여주고, 또 강남의 어떤 아파트는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친다”는 광고 문구를 넣는 등 어떤 집은 경제적 위상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기도 합니다. 또 이 책의 저자처럼,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가 가장 큰 목적이라면 그때 ‘집을 갖는다’는 말에는 소유 그 자체가 아니라 주거안정성을 담고 있는 식입니다.

그렇게 ‘집을 갖는다’는 말을 인수분해하다보면 어떤 욕망들이 있고, 그 중 어떤 욕망은 대안적 주거정책과도 연결될 수 있을지 알 수 있겠지요. 그래서 대안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일수록 현실의 욕망을 단숨에 차단하지 않고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저자의 솔직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집을 갖는다’는 말을 인수분해할 때 좋은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생각, 감정에 모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걸 들여다보며 주택 소유의 미시적 차원에 관해 생각해보는 일은 다른 책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우니까요. 가령, 소위 ‘투자’할 여력이 없음에도 집을 구할 때 되팔기 좋은 집인지 우선 생각한다든지, 집을 사고 나니 그 동네에 ‘어떤 가게가 들어서나’, ‘주변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관심이 생겼다든지, 별 이야기 아닌 듯 하지만 책으로 남기기 어려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나의 너의 부동산사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자기 자신의 집의 역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울에 사는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8번 집 또는 ‘방’을 옮겼고, 친척집, 하숙집, ‘잠만 자는 방’, 옥탑방, 반지하, 위법건축물, 전세와 월세, 자가 등. 제가 살아온 각 거처마다 제 나름의 감정과 연관되는 정책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책, 그리고 저의 부동산사를 관통하는 건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마음, 2년 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가 아닐까 정리해봅니다.

강남 아파트의 국평 평균 시세가 30억이 넘었다는 소식으로 시끄러웠던 요즘, 유력 대선후보 모두 공급 위주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하는 요즘이지만, 그것과는 마치 다른 세상인 것 마냥 내 몸 하나 누일 빌라가 절실한 나와 내 이웃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보면서 떠올려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썸네일 사진: Photo by Muneeb Babar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확률가족(2015). 김형재, 박재현 엮음(박해천 기획). 마티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2023). 마민지 지음. 클

내 집에 갇힌 사회(2020). 김명수. 창비

소하
소하

정당, 도시정치, 도시정책에 관심을 두고 이런 저런 작업을 합니다.

기사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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