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올림픽과 이벤트 정치

전라북도는 지난해 11월, 2036 전주 하계 올림픽 유치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지난 2월, 국내 경쟁 도시였던 서울을 제치고 국내 후보지의 자격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어진 조기 대선 정국에서 거대양당 후보는 전주 올림픽의 유치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공히 약속했다. 당선자인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도 정식으로 언급되었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펴낸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도 서남권 주요 공약으로 계속 소환되고 있다.

전주 올림픽 추진 주체인 전북이 밝힌 유치 목적은 ‘지역발전’, ‘균형발전’, ‘경제성’ 세 가지다. 지역균형과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명쾌한 답안지를 찾지 못하는 정부 입장에서 솔깃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메가 이벤트 유치로 지역 발전을 가져오겠다는 것, 특히 올림픽으로 그런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다.

올림픽은 이미 ‘사양 산업’

많은 도시정부가 올림픽 유치를 기피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스위스 시옹, 캐나다 캘거리, 독일 함부르크 등은 주민투표에서 반대가 과반을 득표하여 유치 시도를 철회했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반대 주민투표 직전까지 가다 유치 시도를 철회했다. 주민투표까지 가지 않더라도 보스턴, 로마 등은 반대여론이나 지방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유치 시도를 철회했다.

올림픽 유치와 개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사후 관리, 재정 파탄 등의 이유로 ‘올림픽의 저주’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지 오래다. 연구에 따르면 올림픽 비용은 당초 예산보다 평균 179% 초과 지출된다. 그밖에 올림픽으로 인한 자원 배분과 기존 계획의 왜곡, 젠트리피케이션 등 성과 배분의 불균등 등 올림픽이 환영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멀리 갈 것 없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 뒤 인천시의 중장기적 재정위기를 불러왔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막대한 환경훼손까지 벌이며 개최했지만 경기장 사후 활용 등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게 만든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은 우리 주변에서, 불과 10년 안팎에 벌어진 일들이다.

‘저비용, 친환경’이라는 허상

IOC는 2014년 ‘올림픽 어젠다 2020’이라는 이름으로 총 40개의 올림픽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대회 유산의 사후 활용을 모니터링하는 등 비용 절감과 지속가능성 제고는 중요하게 다뤄진 방향성이었다. 전북 역시 기존 전주월드컵경기장 증축, 타 시도 분산 개최 등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북은 IOC의 비용절감과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방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모든 경기시설을 신축하지 않는다는 건 큰 재앙이 작은 재앙이 되는 정도의 효과이지, 올림픽의 저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북이 밝힌 필요비용은 이미 9조원대인데, 전북의 1년 예산이 10조원 수준이다. 1년 예산의 상당부분이 복지예산이라는 점을 돌이켜볼 때 단일 이벤트에 9조원이란 비용 투입은 지자체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비용은 더 불어날 수 있다. 잼버리의 실패를 맛 본 터라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명분으로 초과 지출이 이뤄질 것도 전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올림픽을 핑계로 한 대형 인프라 개발이다. 전북은 이번 올림픽 유치와 새만금국제공항을 엮어서 홍보하고 있다. 수라갯벌에 공항을 지으면서 저비용, 친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전북은 이미 지난 세계 잼버리 대회 개최를 명분삼아 새만금국제공항의 예타면제까지 받아낸 바 있다. 잼버리 대회의 파행 이후, 이제는 올림픽이 새만금 공항의 명분이 되고 있다.

모든 메가 이벤트가 그렇듯, 전북은 42조원의 경제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관광, 숙박, 외식업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이다. 특히, 비수도권 분산 개최를 통해 지역균형의 시작점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메가 이벤트를 비롯한 각종 프로젝트들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제대로 작동해왔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지역균형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나? 이벤트는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구시대적 이벤트 정치와 결별하고 ‘진짜 분산’ 이야기 시작해야

새 정부는 ‘진짜 성장’을 키워드로 국정 계획을 짜고 있다. 올림픽도 성장 계획의 한 소스로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지금 필요한 건 ‘진짜 성장’이 아니라 ‘진짜 분산’이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균형은 부동산, 기후위기 대응, 산업 정책 등 오늘날의 핵심 국정 과제들과 촘촘하게 얽혀 있다. 이 과제를 풀지 못하면 다른 문제도 풀 수 없다. 메가 이벤트로 난국을 타개하겠단 생각은 구시대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이다.

지역균형은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정답을 모른다고 해서 매번 같은 수단으로 회귀할 수는 없다. 이제라도 지역균형을 위해 제안하고, 토론하고, 계획할 수 있는 정치의 장이 필요하다. 개별 프로젝트, 특정 부문에 국한된 지역균형 논의를 넘어 부동산, 기후위기, 산업 정책, 조세와 지방자치 등 광범위한 논의가 서로 가로지르는 정책 토론과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국가의 자원은 이런 곳에 쓰자는 이야기다.

2036년 올림픽이 멀어보이지만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오는 9월까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빠르면 내년 초 최종 개최지가 선정되는 일정이다. 그리고 내년은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늘 그랬듯이 지방선거에서는 올림픽 뿐 아니라 각종 대규모 토건 공약이 지역균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 개최지가 선정되기 전, 그리고 지방선거가 오기 전, 분산을 위한 정치 공간을 열어야 한다. 각종 위기에 빠진 사회에 필요한 건 더 큰 경기장이 아니라 더 넓은 정치 공간이다.

소하
소하

정당, 도시정치, 도시정책에 관심을 두고 이런 저런 작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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