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요금 인상?” 무상교통, 사라진 논쟁과 남겨진 과제: 『무상교통』

“무상교통은 출퇴근하는 사람의 교통 편의성을 높여주자는 단순한 서민 지원 정책이 아니다.” – 172쪽

지난 1월 31일, 서울시의 지하철 요금이 추가 인상된다는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기사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년간담회를 인용하며 이번 요금인상이 3월 중에는 시행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150원 인상이 아무렇지 않게 보일 만큼 가파른 물가 상승 때문인지, 혹은 역설적이게도 한국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와 자부심 때문인지 요금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더러 목격합니다. 하지만 이는 대중교통을 바라보는 기존 관성을 그대로 답습하는 시각이기도 합니다. 분명 시민들이 함께 소유하고 있는 공적인 수단임에도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단순 구도 위에서 요금 인상만을 유일한 해결책처럼 바라보는 것 말입니다.

명절처럼 잊지 않고 찾아오는 대중교통의 요금 인상 소식에 오늘 소개할 책은 김상철의 『무상교통』입니다. 2014년 발간된 『무상교통』은 버스 준공영제와 민간투자사업으로 운영되는 지하철을 중심으로, 당시 지방선거의 화두였던 무상교통 정책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진보정당에서 활동해 왔는데, 그 덕분인지 이 얇은 책은 단순히 교통 정책을 한정된 분과 정책을 넘어 지역정치의 결과물로 바라보고, 구체적인 정책 제안까지 담고 있습니다.

책은 1부에서 버스, 특히 버스 준공영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2부에서는 지하철, 특히 서울 9호선을 중심으로 민자 노선의 문제점을 분석합니다. 버스 준공영제가 왜 정치적, 정책적 특권 쥐어주기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어떠한지, 왜 민자 지하철 확대가 시민을 소비자 정체성으로 한정하고 기업의 곳간을 채워주는 일인지 조목조목 따집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공짜로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무상교통 정책을 상세히 소개하는 것보다도 공공서비스를 누가 소유하고 운영해야 하는지, 특히 공공교통이 어떤 운영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말하는 데 있습니다.

즉, 무상교통 논쟁의 핵심이 단지 그 요금을 감해주는 이른바 요금 할인과 그에 따른 비용 이슈에 있는 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의 운영 구조를 공적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요금만 할인해준다면 시민의 돈으로 민간 버스업체와 지하철 운영사의 주머니만 채우는 일이겠지요. 시민이 버스, 지하철이라는 이동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그 소유와 운영 구조에 직접 연관될 수 있어야만 무상교통 뿐 아니라 더 넓은 이동권 보장까지 가능하며 나아가 지역 정치에서 시민의 권리를 펼칠 수 있는 틈새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선거나 정책 논의에서 무상교통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되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이슈가 세대 간 갈등 위에 얹혀 선거 공간을 차지하고, GTX-A 개통으로 말미암아 ‘더 많은 민자노선’에 대한 욕망들이 선거 공약으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상교통 논쟁이 사라진 자리, 버스 준공영제의 문제는 여전하고, 김포 골드라인으로 대표되는 ‘새 지옥철’이 사회 문제가 되었고, 민자 노선인 서울 우이신설선은 경영 악화 끝에 재구조화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기후동행카드 등 정액제 교통카드나 각종 할인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대중교통 운영 구조나 요금 지불 체계에 대한 개편이 아닌 일종의 미봉책이었습니다. 재정 문제를 요금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관점도 오히려 더 공고해진 듯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상이냐 아니냐’는 핵심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심화되고 수많은 민자 노선이 예정되어 있는 지금, 이 책에서 강조한 대중교통의 소유와 운영 구조를 개혁하는 본질적 과제는 분명 계속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상교통이라는 정책 수단은 그 이야기를 엮어가기에 여전히 유효한 소재일 것입니다. 발간된 지 10년이 지난 이 책이 지금도 유효한 것처럼 말이죠.


📖같이 읽으면 좋은 책

Free Public Transit : And Why We Don’t Pay to Ride Elevators(2018. Judith Dellheim and Jason Prince, eds.). Black Rose Books

철도의 눈물(2013). 박흥수. 후마니타스

모빌리티 정의(2019). 미미 셸러(최영석 옮김). 앨피

※ 썸네일 및 타이틀 이미지: 사진: Unsplash의Adam Chang       

소하
소하

정당, 도시정치, 도시정책에 관심을 두고 이런 저런 작업을 합니다.

기사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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