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어떻게 모이는 걸까. 광장에서의 함성과 강당에서의 토론, 동네에서의 작은 모임,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창까지 그 방식은 다양하지만 공통의 질문이 남는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치적 힘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모색은 이 질문을 붙잡으며 출발했다. 단순히 ‘운동을 더 크게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가 다시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세울지에 관한 고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조직화’라는 모호한 단어를 붙잡았다.
정치조직화에 관한 기획은 모색 설립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3년 여름, 지금의 모색 멤버와 ‘다른 정치의 본령’(이하 다정본) 멤버 그리고 몇몇 동료가 모여 ‘다음의 정치조직화에 대한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4회차 온라인 모임을 진행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모색 설립을 준비 중이던 2024년 가을에는 모색과 다정본 멤버들이 제주에서 2박 3일간 지겹도록 정치조직화 이야기만 나누는 워크샵을 열었다. 그 결과물은 <녹색당의 실험과 가능성의 기록: 2010년대 새로운 정당 운동의 유산화>라는 연재물로 남겼다. 이어서 지난 봄에는 참여자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두 차례에 걸쳐 <우리 시대 정치조직화 집담회>를 진행했다. 그밖에도 뉴스레터를 통한 토론 문화 만들기, 강연을 매개로 한 네트워크 마련 등 정치조직화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았더라도 모색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최종 목적지는 항상 정치적 힘을 조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필자 마음대로 시즌1이라 부르려 한다.
정치조직화라는 단어는 막연했다. 서로 다른 주파수를 발신하듯 누군가에겐 사람과의 만남에 관한 방법론이었고 누군가에겐 정치적 동원에 관한 전망이었다. 또 누군가에겐 정당 활동이나 선거운동의 경험이었고 누군가에겐 광장의 한 명으로서의 경험이었다. 그래서 시즌1은, 정치조직화의 묘수를 뽑아내는 시간이라기보다 정치조직화의 지평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보니 날카로움이 부족하다거나 이야기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만남의 기술’과 ‘정치적 주체화’라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그 다름이 만나는 지점까지 정치조직화의 지평을 넓히고 확인하는 작업은 정치조직화에 관한 다음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운동이었다.
시즌1의 긴 이야기를 모두 다룰 순 없으니 몇 가지 키워드로 회고해 본다. 우선, 참여자들은 ‘시대’라는 맥락을 풀어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광장에서 현실 정치를 바꿔낸 시대인 동시에 (진보)정당 등 전통적 조직화는 난관에 부딪혀야 했던 2010년대 이후의 시간들을 살폈다. 시즌1 참여자 대부분이 2010년대에 직업활동가나 연구자로서 첫 발을 내디딘 세대였는데, ‘무기력’, ‘막막함’과 같은 공통적인 감각이 깔려있었다. 개인화, 극단적인 진영 정치가 주는 감각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시즌1에서는 ‘연대가 임시적이고, 중심이 개인적인’1 2010년대 이후의 시대적 맥락 위에서 ‘자유로운 개인의 연합’을 지향하며 창당한 녹색당 사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준으로 전후가 완전히 단절적인 것은 아니기에, 새로운 시대를 읽으면서도 ‘정당’이나 ‘리더십’ 같은 전통적인 개념어를 무조건 부정하지 않았던 점도 인상 깊었다. 부정하기보다는, 다음 스텝에서는 그런 전통적 개념어를 시대에 맞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더 가까웠다. 특히 정당만이 유일한 경로라는 판단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새로운 정당 운동’이든 ‘정당 아닌 새로운 운동’이든 ‘정당’은 분명 급변하는 시대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준거점이라는 건 이견이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문제’의 설정이다. 정치조직화의 정의가 사람마다 제각각이었듯 ‘우리는 왜 조직하지/되지 못하는가’의 원인에 관해서도 이야기의 범위가 넓었다. 운동조직이 그리는 미래상, 지향하는 가치의 모호함을 문제로 보는 대화에서는 ‘좌파 포퓰리즘’, ‘깃발’ 같은 키워드들이 뒤따랐다. 반면, 뒷풀이 문화부터 회의의 분위기까지 특정한 태도나 조직문화를 문제로 보는 대화에서는 ‘우애와 낙관’, ‘소진’ 같은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짐짓 ‘정치조직화라는 개념을 더욱 엄밀하고 제한적으로 정의해야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이 기획들의 목표가 학술적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고민과 대안을 찾는 것인 만큼 넓은 스펙트럼 위의 점 하나하나를 빼먹지 않고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는 생각을 한다.
시즌1은 정치조직화를 둘러싼 각기 다른 경험과 감각을 펼쳐 놓고, 그 속에서 공감대와 키워드를 찾아낸 시간이었다. 이제 그 지평 위에서 더 구체적인 발걸음을 뗄 차례다. 정당을 둘러싼 공부와 토론, 실제 조직활동가들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 그리고 새로운 주체와 문화를 모색하는 실험까지. 정치조직화라는 단어가 공허하게 부유하지 않고, 풍부하면서도 실천적인 ‘무엇’으로 감각하는 작고 소중한 일들을 계속 하려고 한다.
정치조직화라는 모호하고 막막한 키워드를 고민해 본 사람들, 혹은 세상을 바꾸는 ‘정치적 힘’을 고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다음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크고 작은 제안들을 지치지 않고 던질 예정이다. 필요해 보이거나, 재밌어 보인다면 함께 해주시라.

